교회 비리 지적한 목사 노회서 ‘직무정지’...부산 기독교계 분노

입력 2018-05-21 17:06
교회 건축헌금과 담보대출금 등 10억원 대의 재정을 멋대로 사용한 장로와 원로목사의 비리를 지적한 담임목사에 대해 해당 노회가 적법 절차를 무시한 채 담임목사의 직무를 정지시켜 부산지역 기독교계가 분노하고 있다.

다수의 교회와 교단, 성직자들이 “한국교회 적폐”라며 문제의 교회와 교단, 노회, 관련자 등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A교회 B담임목사는 이 교회가 속한 노회 재판국에 직무정지 처분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담은 소원설명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앞서 이 교회가 속한 노회는 재판 등 적법절차를 지난 4일 재판국을 통해 B목사의 직무정지 결정문을 A교회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B목사의 행정권인 ‘당회장권’과 사역권인 ‘설교권’ 등도 함께 정지됐다.

이후 노회는 주일과 수요일 예배는 노회 소속 목사를 파견해 드리도록 했다.

특히 문제는 노회가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교회 원로목사에게 새벽·금요기도회를 인도하도록 결정했다는 점이다.

이 교회가 속한 노회는 오는 25일 B목사에 대해 뒤늦게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B목사는 “노회가 정기노회를 통해 재판국을 구성한 것은 인정하지만 구성원들 다수가 A교회 부정·비리 관련자들을 비호하는 인물인데다 특히 일부 재판국원은 ‘다친다’며 본인을 협박한 사람들”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회 다수의 성도들은 노회의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무정지가처분신청’과 ‘노회 관계자 형사고발’ 등 민·형사상 법적대응에 본격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회 관계자는 “노회는 각 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담임목사와 당회에서 해결하도록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도 일부 오해에서 발생한 만큼 원만하게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회 성도 대표 9명은 최근 이 교회 C장로 등 3명을 경찰에 고소해 부산경찰청이 주요 수사선상에 놓고 본격 수사를 벌이고 있다.

C장로 등의 혐의는 교회재정 10억여원에 대한 업무상 횡령과 함께 업무방해, 모욕, 예배 및 설교방해 등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C장로 등은 2008년부터 교회재정을 맡으면서 성도들이 헌금한 건축헌금 4억3000여만원을 교회 통장에 입금해 관리하지 않고 개인통장에 보관해오면서 임의로 사용했다.

또 C장로 등은 2009년 교회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6억5000여만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교회 공동의회 등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고 개인 건축사업장에 사용하거나 2억7000만원 등 일부는 은퇴목사 퇴직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C장로 등은 2001~2007년 건축헌금 2억2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추가로 드러나 성도들이 경찰에 추가자료를 제출했다.

성도들이 구체적인 교회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경찰 고소와 관련, 노회는 이미 C장로와 원로목사의 재정비리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 같은 문제가 B목사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B목사에게 재정문제 거론 말 것, 원로목사에게 월 250만원 사례비 지급 및 월 1회 설교권, 담임목사 공개사과 등을 요구했다.

특히 당시 노회 K 전 회장 등은 B목사에게 “해임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뒤, 1억5000만원 퇴직금 중재 등을 제의하다 거부당하자 담임목사의 면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한 뒤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