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으로부터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동원(48·닉네임 드루킹)씨의 관계에 대해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에게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송 비서관을 두 차례 조사했다. 이후 송 비서관이 드루킹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의 만남을 주선한 것,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은 이러한 사실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송 비서관을 조사한 건 지난달 20일과 26일이었다. 송 비서관은 지난달 16일 김경수 후보의 기자회견을 본 뒤 같은 달 20일 민정수석실에 자신과 드루킹의 관계를 자진 신고했다. 조사는 민정수석실 직원이 송 비서관을 면담하고 송 비서관의 휴대전화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송 비서관은 조사에서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드루킹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고, 경공모로부터 인사 청탁도 없었다고 답변했다.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드루킹을 포함한 경공모 회원들과 4차례 만난 것은 경공모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은 지난달 말 조사 결과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임 실장에게 보고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임 실장이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일종의 내사종결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고 대통령에게 특별히 보고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정수석실과 임 실장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송 비서관의 드루킹 관련 의혹을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송 비서관이 받은 200만원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송 비서관은 2016년 6월 국회 의원회관 2층 까페와 같은 해 11월 모처에서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각각 100만원씩을 현금으로 받았다.
송 비서관은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경공모 회원들이 ‘우리들 모임에 정치인을 부르면 소정의 사례를 반드시 지급한다'고 주장해 돈을 받았다고 한다. 김경수 후보는 20여분 만에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떠났고 사례비가 전달되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경공모 자체가 지지자 모임이다. 정치인이 간담회를 할 때 통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액수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과 드루킹이 텔레그램으로 주고받은 메시지에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매크로 등 불법적인 댓글에 대한 상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송 비서관이 과거에 드루킹과 텔레그램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드루킹이 자신의 블로그에 실었던 글과 정세분석 글을 읽어보라고 송 비서관에게 전달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처럼 드루킹과 기사 링크를 주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송 비서관은 대선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현재 송 비서관이 쓰는 휴대전화에는 드루킹과 나눈 대화가 남아 있지 않아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누구든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지 않나”라며 “민정수석실에서 송 비서관의 예전 텔레그램 기록까지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과 송 비서관 이외에 청와대 내·외부에서 드루킹과 연관된 추가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청와대 측은 “청와대 전 직원에게 확인한 건 아니지만 민정수석실에서 이미 드루킹과 관련한 조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 관련자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드루킹이 추천한 인사 가운데 현재 청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도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된 만큼 특검에서 송 비서관에 대한 조사 요청이 오면 수용할 방침이다. 김 후보와 송 비서관 외에도 여권과 청와대에 김씨와 접촉한 인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관계자는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사람만 2000여명”이라며 “SNS를 비롯한 인터넷 선거운동에 개입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김씨를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