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서울에서 재판을 받겠다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21일 “전 전 대통령이 이송 신청을 냈다”면서 “재판 공정성을 위해 광주가 아닌 곳에서 재판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고령에 건강문제까지 겹쳐 광주까지 이동해 재판을 받을 수 없다는 의견도 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고령이고 진술할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대신 서면 진술서를 낸 전례로 볼 때 전 전 대통령의 불출석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칭한 데 대해 사자명예훼손혐의를 받았다. 이에 검찰은 지난 3일 불구속 기소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전 전 대통령 명예훼손 관련 사건 첫 공판기일은 오는 28일 오후 2시30분으로 광주지법 제202호 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이번 이송 신청은 처음이 아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가기 전 같은 이유(고령과 건강문제)로 재판부 이송 신청을 했다가 취하한 적이 있다.
재판부가 이송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에서 재판하게 되면 재판이 연기되고 재판부 배당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재판부가 이송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된다.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전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연기하고 전 전 대통령에게 다시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낼 수 있다. 민사나 행정재판에서는 피고의 출석 의무가 없고 대리인이 대신 출석할 수 있지만,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 사항이다.
피고인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을 계속 거부하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