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한 북한이 우리 취재기자단 명단 접수를 거부하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21일 “정부는 오늘 판문점 연락사무소 통화 개시와 함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참석할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을 통보하려 했지만 북측이 아직 통지문을 접수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통지문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풍계리 취재를 맡은 우리 기자단은 취재기자 명단과 함께 취재 범위, 절차, 안전상황 등에 대한 질문을 전달했다. 통일부는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이를 북측에 문의한 상태지만 아직 통지문조차 접수되지 않은 상태다.
앞서 북은 대남 비방 공세까지 재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016년 여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과 관련해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없이 돌려보내라”고 요구하고,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가 연 강연을 비난하면서 그에 ‘인간 쓰레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현재 민간 측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면서 “탈북자 버러지들의 망동에 특단의 대책을 취해야 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의 차후 움직임을 심중히 지켜볼 것”이라는 발언도 남겼다.
일각에서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우리 측 취재진은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백 대변인은 “앞으로 올 상황에 대해 예단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차질없이 진행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자체를 취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 19일 외신 방송과 통신 측에 풍계리 취재를 위해 오는 22일 오전까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에 집결해달라고 공지했다. 북한 당국은 외신 측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함께 원산 관광특구도 취재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기자 1인당 1만 달러(약 1080만원)를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북측이 내·외신을 비롯한 취재진에 1만 달러 가량을 요구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백 대변인은 “사실 확인이 좀 필요하다”고 답했다. ‘취재 비용’ 관련 의혹은 과거에도 제기된 것으로,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를 보도한 5개국 7개 언론사의 취재를 위해 당시 미국 정부가 약 250만 달러(약 28억원)를 지불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북측 통지문에 따르면 초청된 기자들은 여비와 체류비, 통신비 등 모든 비용을 자체 부담한다. 사증 비용과 항공요금까지 포함하면 이번 풍계리 취재에 1인 당 3000만원 가까운 돈이 든다. 우리 취재진은 예정대로라면 22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70인승 고려항공 비행기 편으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이동한다.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미국 내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실험장 서쪽 갱도 인근 언덕에 4줄에 걸쳐 목재 더미가 쌓여 있는 듯한 모습이 민간 위성에 관측됐다”면서 “기자들이 폭파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