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촛불집회 사회를 맡았던 변영주 영화감독이 “집회를 하며 울컥울컥한 순간들이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변 감독은 SNS 글을 통해 “어떤 비난들, 그러니까 ‘니들은 연봉도 높다며!’ ‘뭐가 무서워 자기 얼굴을 가리냐, 겁쟁이처럼!’ ‘도대체 그동안 왜 그러고 입 다물고 살았니!’ 같은 말들을 이분들은 결코 외면하지 않았고, 진심으로 진지하게 그런 비난들을 받아내겠다고 결심한 것 같았다”고 적었다. 이어 “‘그래 우린 겁이 많아. 하지만 더 이상 침묵하진 않겠어!’라는 의연함이 보여 멋지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18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3차 촛불집회에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뿐만 아니라 한진그룹 계열사 직원들과 일반 시민 등 경찰 추산 600여명이 참석해 1·2차 집회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 변 감독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서 ‘무소유’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직원과 공동사회를 맡았다.
온라인에서는 사측의 불법 채증 때문에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하는 직원들을 비난하거나 ‘고연봉 직원들의 싸움’이라는 식으로 깎아내리는 글들이 많다. 변 감독은 이에 대해 “도대체 일하는 사람들의 일터를 바꾸겠다는 행동에 언제부터 연봉 운운하는 한참 잘못된 어깃장을 놓게 됐나”라며 “더 가난한 사람들의 투쟁은 좀 더 긴급한 것이지 투쟁할 권리의 기준은 아니다”고 했다.
변 감독은 조 회장 일가의 범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조씨 일가가 대한항공을 비롯한 모든 한진 계열사의 경영에서 물러나 퇴출돼야 하는 것은 그들의 ‘갑질’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귀신들린듯한 고함과 썩어빠진 행동에 속으면 안된다”며 “그들은 밀수를 하고, 불법노동행위를 하고, 회사 자금을 훔친 범법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인성이 바닥인 범법자”라며 “부디 그들이 조속히 법의 심판을 받아 공정하고 전문적인 경영진들이 선임되길 바란다”고 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