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 딸 성폭행’ 檢 불기소 지휘, 警 불복 송치… 왜

입력 2018-05-21 10:04

엄마의 내연남에게 고교 시절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여성이 있다. 여성은 2007년부터 수년간 60대 남성 A씨에게 성추행·성폭행을 당했다고 지난해 12월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경찰에 넘겨 수사토록 지휘했다.

경찰이 관련자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검찰은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기라고 지휘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거부하고 지난 8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같은 피해자, 같은 성폭력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정반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수사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 검찰의 모습, 검찰 지휘에 ‘정면으로’ 맞선 경찰의 행동은 모두 이례적이었다. 검경 갈등으로 번진 이 사건에는 무슨 사연이 숨어 있는 걸까. 이 여성에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수사권 갈등을 빚고 있는 검찰과 경찰이 성폭력 사건 처리를 놓고 정면충돌했다고 연합뉴스가 21일 보도했다. ‘불기소 지휘’와 ‘기소의견 송치’로 엇박자가 발생하자 검찰이 경찰 수사팀을 질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 양천경찰서는 지난 8일 내연녀 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등)로 60대 남성 A씨를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 성폭행을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로 피해자의 어머니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A씨는 피해자 B씨가 고등학생이던 2007년부터 수년간 B씨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2월 A씨를 검찰에 고소했으며 경찰은 검찰 지휘를 받아 사건을 수사해왔다.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넘기라고 지휘했다. 법리상 문제로 기소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래 전 사건이어서 A씨의 성폭행 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소시효 등 법리적 쟁점도 검토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다며 그대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담당 검사는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지휘에 불응하는 것이냐'며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법리상 문제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지휘를 내렸던 사건"이라며 "경찰 의견을 받아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