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트럼프, 文대통령에 전화해 ‘北의 돌변’ 조언 구했다”

입력 2018-05-21 08: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갑자기 ‘통화’를 요청한 건 ‘북한이 왜 돌변했다고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서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두 정상의 통화는 직접 만나는 정상회담을 불과 이틀 남겨놓고 예정에 없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만큼 북한의 갑작스러운 강경 태도를 의아하게 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면담을 취소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렀다고 보도했다. 1분 안에 달려올 수 있는 볼턴 보좌관 대신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폼페이오 장관을 집무실로 부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모델로 리비아 방식은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 다음 날이었다.

북한의 돌변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얘기를 듣고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문 대통령은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 회담한 경험이 있다. 김 위원장의 의중을 판단하기 위해 가장 지근거리에 있는 자신의 안보보좌관 대신 국무장관의 생각을 묻고, 문 대통령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미 정상 간 전화회담 내용을 잘 아는 미국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 변화에 대한 문대통령의 분석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재고려’까지 언급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불과 3주 정도밖에 남지 않은 회담에 대해 새롭게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WP은 전했다. 미국은 이미 싱가포르에서 회담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WP은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이 주변 동료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될 것으로는 믿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오랜 불신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전념하면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가 인용한 미국 관리는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몇 가지 약속을 지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은 아직 (회담 개최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비핵화를 전혀 원치 않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은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취재진이 보는 앞에서 폐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취재진의 입국 신청 접수는 거부했다.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취재진이 북한으로부터 입국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출국한다. 취임 후 세 번째 미국 방문이고 한미정상회담을 위해선 두 번째 방미다. 워싱턴에서 1박만 하는 짧은 일정은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식으로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전용기로 출국해 오후 6시쯤(미국 동부시각) 워싱턴에 도착,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1박을 한다. 이튿날인 22일 정오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한·미 정상은 먼저 통역만 배석시킨 단독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