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은퇴 후 첫 아이스쇼… 4년 만에 택한 음악은

입력 2018-05-21 06:00
'피겨 여제' 김연아가 20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아이스쇼 'SK텔레콤 올댓스케이트 2018'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4년 만에 은반 위로 복귀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택해 아이스쇼를 선보였다.

김연아는 20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SK텔레콤 올댓스케이트 2018’에서 1부 마지막 순서로 나서 ‘하우스 오브 우드코크’를 선보였다. 김연아가 새로운 갈라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은 2014년 5월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이후 4년 만이다.

2014년 5월 이후 김연아는 아이스쇼 무대에 서지 않았다. 2016년 6월 ‘올댓스케이트 2016’에서 관중과 비공개 미팅을 하고 후배들을 격려한 김연아는 당시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 섰지만, 공연 마지막 날 피날레 무대가 끝난 후 잠시 인사말만 했다. 그 후로도 김연아가 대중 앞에서 스케이팅을 한 것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거의 유일했다.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선 김연아는 점화 직전 잠시 연기를 선보였다.

선수 시절 섬세하고 서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던 김연아는 오랜만의 아이스쇼 무대에서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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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텀 스레드> 스틸 이미지

김연아는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구성된 영화 ‘팬텀스레드’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 중 하나인 ‘하우스 오브 우드코크’의 음악에 맞춰 연기를 선보였다.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멀티 아티스트로 불리는 조니 그린우드가 작곡했다. 로맨틱하면서도 슬픔을 담고 있는 음악이다.

김연아는 “오랜만에 하다보니 많이 역동적인 것은 부담이 됐다.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 선곡했다”며 “화려하지 않지만 내가 표현하기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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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김연아가 빙판 위에 등장할 때마다 커다란 함성이 터져나왔다. 김연아가 연기를 하는 3분 여의 시간 동안 관중은 숨을 죽이고 섬세한 감성을 담아낸 그의 손끝과 스케이팅에 집중했다. 스핀과 이너바우어를 할 때에만 박수와 함성이 나왔을 뿐이다. 김연아가 연기를 끝내자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왔다.

김연아는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도 감회가 새로웠다”며 “예전에 매년 공연하고 이런 환호성을 들었다. 한동안 뜸하다가 그 느낌을 받으니 즐거웠다. 다른 선수들도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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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이스쇼를 앞두고 “체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힘들었고, 연기가 끝난 후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고 걱정했던 김연아는 “사실 리허설을 하는 시간이 길어서 나도, 다른 선수들도 피곤한 상태다. 그래도 환호성을 들으면서 하니 힘이 나더라”고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팬들이 오랜만에 아이스쇼에 선 김연아에게 갖는 가장 큰 궁금증은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느냐다. 김연아는 “이번에 늦게 마음을 결정해서 한 달 밖에 연습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을 잘 마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생각을 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연아의 현역 시절 함께 대회에 나서기도 했던 케이틀린 오스먼드는 이번 공연을 마친 뒤 “김연아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함께 했었다. 늘 우상같은 존재였는데 아이스쇼에서 만나게 돼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세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