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016년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을 송환하라는 북한의 요구에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박근혜 정권 당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정원이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온 뒤 북한이 종업원 송환을 요구한 데 대한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종업원 송환요구에 대해 우리 당국의 변화된 입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기존의 입장에서 변화된 것이 없다”고 답했다. ‘북한 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한국에 와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생활하고 있다’는 것으로 북한의 요구에 에둘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전날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우리 여성 공민들을 지체 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단탈북 기획 의혹은 2016년 4월 8일 정부의 북한 종업원 탈북 발표 직후부터 제기됐다. 해외 북한 식당 종사자들은 출신 성분이 좋고 형편도 넉넉해 탈북 동기가 낮아 13명이 한번에 집단 탈출한 것이 믿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또 4·13 총선이 5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정부가 이를 발표한 점도 의구심을 낳았다.
논란은 지난 10일 JTBC가 종업원 12명을 이끌고 탈북한 지배인 허강일씨를 인터뷰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허씨는 본인과 부인만 탈북하려 했으나 국정원 직원이 종업원까지 데려오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허씨는 여종업원 12명 중 일부는 남한행을 꺼렸으나 자신이 협박했다고 밝혔고, 인터뷰에 응한 여종업원들도 탈북 루트였던 말레이시아의 한국대사관 앞에 와서야 한국행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