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범죄 편파 수사 논란 규탄 집회’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열렸다. 여성들은 ‘분노’를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채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참가자들 대부분이 선글라스, 모자,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점이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왜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을까? 이는 시위 전에 일어난 일련의 소동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신논현역 근처에서 열린 ‘성차별, 성폭력 4차 끝장집회’에서도 집회 시작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염산 테러를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갑작스러운 테러 예고로 집회 주최 측은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건물 인근에서 피해자를 추모하려 했으나 행진 경로를 바꿔야 했다. 혜화역 시위 당일에도 염산 테러를 예고하는 글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또한 온라인상에 만연한 성희롱 문제도 그 원인으로 보인다. 시위에 참가한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많은 여성들의 사진이 떠돌아다니면서 소위 ‘얼평(얼굴평가)’ 내지 성희롱을 당하는 것을 자주 봤다”면서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역시 얼굴이 찍힌 뒤 온라인상에서 성희롱당할 것을 우려해 마스크를 쓰고 나온 것”이라 밝혔다. 이에 시위를 운영한 스텝들 역시 참가자들에게 직접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B씨는 “한 번은 여성인권관련 시위에 참여하고 집에 가는 길에 남자 둘이서 몇 시간이나 걸리는 우리 집까지 따라왔었다”며 “시위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가지 말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다가 돌아가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시위 도중에도 ‘몰카’ 문제로 곳곳에서는 마찰이 빚어졌다. 시위대가 앉아있는 도로 옆에 위치한 방송통신대학 3층에서 누군가가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것이다. 이를 목격한 참가자들은 똑같이 해당 남성을 찍어 스태프들에게 신고했고 이에 경찰이 직접 건물로 올라가기도 했다. 참가자 C씨는 “몰카를 찍지 말라고 모인 집회에서도 몰카를 찍는 게 말이 되냐”며 항의했다. 시위 시작 전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이 참가자들을 찍으려다 경찰에 의해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날 오후 8시 신촌에서는 ‘불꽃페미액션’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홍대 몰카 사건과 관련해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여성의 가해에 경찰은 이례적인 태도와 수사방법을 보였다”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의 가해는 몰카, 폭행, 살인을 막론하고 관대한 처벌이 내려지지만 그 반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최 측은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그동안 여성들이 겪었던 피해를 알리기 위해 다음 주 2차 집회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