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돌변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변화된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 이행이 기본 입장이라는 것이다. 워싱턴 회동을 이틀 앞두고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통화에 대해서는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의지”리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오전 11시30분부터 2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인 여러 반응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오는 22일 워싱턴 D.C에서 만난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30분은 백악관이 있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9일 밤 10시30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토요일 늦은 밤에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로 의견을 교환한 셈이다. 통화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 이유는 그래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세에 대해 의견 교환했고 북한의 최근 반응과 관련한 문답이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성공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남북 관계는 최근 닷새 사이에 급속히 얼어붙었다. 북한은 지난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했고, 오는 23~25일 중 국제 기자단을 초청해 공개할 예정인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취재 명단도 한국에서만 접수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 ‘맥스선더’,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태영호 전 주영국북한공사의 체제 비난 발언 등을 문제 삼은데 이어 2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식당 여종업원에 대한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으로 예정됐던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지난 17일 조선중앙통신과 문답 형태로 가진 인터뷰에서 “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여종업원 송환을 촉구했다.
이런 요구사항은 대부분 우리 정부에서 수용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한국 체제에서 태 전 공사의 활동을 저지할 법적 근거가 없고, 판문점 선언 이행을 이유로 만류하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는 기습적으로 이뤄져 일일이 차단하기 어렵다. 여종업원 송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정부 주도로 탈북자가 북한으로 돌아간 전례는 없었다.
청와대는 깊은 고심에 빠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여종업원 송환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해 “현재로선 없다”며 “(이 문제를 놓고) 생각을 좀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