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묵서 경매 “지장 찍힌 유일 작품… 추정가 1억~2억원”

입력 2018-05-20 16:20
사진=뉴시스

‘부귀빈천(富貴貧賤)’에 대한 안중근 의사의 철학이 간결하게 표현된 묵서가 경매에 나왔다. 추정가는 1억~2억원이다. 이번 경매는 선열의 정신을 기리며 당시 시대를 담은 유작을 통해 우리 역사를 되새기고 자부심과 긍지를 고취하려는 취지로 개최된다.

안중근 의사의 묵서에는 ‘빈여천 인지소오자야(貧與賤 人之所惡者也·가난하고 천함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이 작품은 안 의사가 1909년 가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후 체포돼 1910년 3월 감옥에서 순국을 며칠 앞둔 시점에서 쓴 글씨다.

안중근의 묵서, 마이아트옥션, 종이에 먹, 24.5×19cm, 추정가 1억~2억. (사진=뉴시스)

마이아트옥션 김정민 경매사는 “비단과 종이에 운필(運筆)한 의사의 작품들은 비교적 여럿 전하는데 뤼순 감옥 관내에서 사용되었던 용지에 남긴 작품은 매우 드물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공개된 유물에는 약지가 잘린 손바닥 전체가 찍혀 있으나 엄지손가락 지문이 찍힌 것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묵서와 더불어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 수감 당시 촬영한 사진이 담긴 엽서도 출품됐다. 추정가는 2000만~4000만원이다. 사진에는 ‘이토공(이토 히로부미)을 암살한 안중근, 한국인은 예로부터 암살의 맹약을 하고 무명지(약지)를 절단하는 풍습이 있으며 오른손을 촬영한 것’이라고 일본 관동군(日本 關東軍) 측이 기록한 것으로 보이는 왜곡된 글이 쓰여 있다.

안중근의 사진 우편엽서, 마이아트옥션, 종이에 인쇄, 14×9cm, 추정가 2000만~4000만원. (사진=뉴시스)

이 사진엽서는 원래 ‘범죄자 안중근’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발행됐다. 그러나 그 의도와 달리 안 의사의 사상을 숭모하는 이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퍼졌고 이에 일제는 사진과 엽서 발매를 금지하고 압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진은 현재 일본 도쿄 메이지대학에 소장되어 있다.

또 경매에는 안중근 의사의 작품을 비롯해 명성황후와 백범 김구 선생 휘호가 나왔다. 경매에 나오는 작품들은 5월 17일부터 경매 전날인 23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마이아트옥션하우스에서 볼 수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