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억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처음으로 법정에 선다. 이 전 대통령은 10분가량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한 본인 의견을 직접 밝힐 예정이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이 전 대통령의 첫 공판기일이 열린다. 법정은 417호 대법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검찰이 간략히 공소요지를 진술한 뒤 이 전 대통령이 모두(冒頭)진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각각 40분씩 입증계획과 변론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모두절차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증거조사가 시작된다. 재판은 약 6시간동안 진행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모두진술의 내용과 방향, 표현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 3회 공판준비기일을 마치고 나온 강훈 변호사는 취재진 앞에서 “이 전 대통령 심경이 계속 변하고, 진술방향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할지, 검찰을 공격하는 용어를 쓰는 게 맞는지 아직 생각 정리가 안 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속부터 기소 때까지 줄곧 이 전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했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3월 22일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미리 준비해둔 입장문을 게재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 가족들은 인륜이 파괴되는 아픔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달 9일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기소하자 “가공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에 따라 초법적인 신상털기와 짜맞추기 수사를 한 결과”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첫 재판에서 내놓을 입장도 이와 큰 틀에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현 수위 등이 좀 더 정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이 생중계될 수도 있다. 재판부는 3회 공판준비기일에서 “법정 촬영 신청서가 들어왔다”며 변호인 측에 동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만일 이 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재판부가 공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법정 촬영을 허가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재판부는 법정 촬영을 허가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착석하고 재판부가 개정을 선언하기 전까지만 촬영이 가능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