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3~25일로 예고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정대로 진행할 전망이다. 핵실험장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및 외국 기자들의 이동에 필요한 철도 정비 정황이 포착됐다. 다만 남측 기자단에 대해선 명단을 접수하지 않은 뒤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9일(현지시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을 지난 15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해 “서쪽 갱도 근처 언덕에 4줄의 목재 더미가 쌓여 있는 것 같다”며 “이는 폐기 행사에 참석한 기자들이 서쪽과 남쪽, 북쪽 갱도 폭파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전망대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시설로 향하는 도로도 새로 포장하는 등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위한 각종 준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북한이 원산과 길주를 연결하는 철로를 정비하고 열차시험 운행까지 진행한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폐기 행사를 취재할 국제기자단의 수송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한국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 5개국에 한정해 국제기자단의 현지 취재를 허용하고 특별전용열차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20일 “보도된 전망대 설치 및 철도 보수 정황 등을 보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예고대로 진행할 것 같다”며 “남측이 전달한 우리 기자단 명단에 대해선 명확한 반응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은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통일부가 지난 18일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이 담긴 통지문을 보냈지만 북측은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8일 북측의 우리 측 기자단 명단이 담긴 통지문 미접수 이후 특별히 달라진 상황은 아직 없다”며 “취재진 명단을 21일 다시 북측에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는 북한이 내건 약속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깨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소한다면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분위기가 상당히 얼어붙을 수 있다”면서도 “북한이 가진 불만을 한국과 미국이 공감대를 갖고 받아준다면 우리 측 기자단의 막판 합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국제적으로는 물론 내부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이 천명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 와서 번복하기는 어렵다”며 “우리 측 기자단을 배제하려는 것은 향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 취재를 위해 통신사 및 방송사 기자로 구성된 남측 취재단은 21일 오전 중국 베이징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대기하며 북측의 반응을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