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화려한 삶을 즐기지 않았다. 검소하고 소탈한 성품으로 기억된다.
출장을 떠날 때면 수행비서 1명 정도만 동행시켰고, 주말 개인 일정은 혼자 다녔다. 허례허식을 싫어했다. 회장 취임 초기 사내 행사에 임직원과 같은 옷을 입고 나타나 ‘이웃집 아저씨’ 같다는 말을 들은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자녀의 혼사도 조용하고 검소하게 치렀다. 일가의 첫 경사였던 맏딸 구연경씨의 2006년 결혼식, 3년 뒤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결혼식에 모두 친인척만 초대했다. 정·재계 인사를 모아 우호를 확인하고 사세를 과시하는 재벌가의 ‘흔한’ 결혼식 풍경과 사뭇 달랐다.
임직원에게도 조용한 경조사를 장려했다. 협력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왕적 경영구조로 오판을 자초하고, 해마다 갑질 논란을 촉발하는 한국 재계에서 유독 LG만 ‘오너 리스크’에 휘말리지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구 회장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도 이런 철학을 고수했다. 평소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가족과 주위에 밝혔고, 최근 병세 악화로 입원한 서울대병원에서도 “나 때문에 번거로운 사람이 있어선 안 된다”는 취지로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마지막 지시는 ‘연명치료 거부’ ‘비공개 가족장’ ‘화장(火葬)’이었다. 그렇게 20일 오전 9시52분 서울대병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유족은 구 회장의 뜻에 따라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고 비공개 가족장을 시작했다.
LG 측은 “유족이 고인의 평화로운 영면을 지켜봤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진행하고,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았던 고인은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운 상황을 만들지 않길 원했다. 장례 절차는 그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