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 이틀 뒤 만나는데 통화… 北 긴급현안 생겼나?

입력 2018-05-20 15:22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11시30분부터 20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청와대는 “두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 반응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포함,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의 이번 통화는 이례적이다.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외부 일정을 최소화한 채 회담 준비에 집중하며 북미 간 조율에 주력해 왔다. 이틀 후면 만나게 될 두 정상이 갑자기 통화를 한 것은 북한의 강도 높은 대남·대미 메시지가 쏟아진 지 닷새 만이었다.

대화를 나눈 문제는 ‘최근 북한이 보이고 있는 여러 반응’이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주 남북 고위급 회담을 돌연 취소하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그의 리비아식 북핵 해법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에 초청한 남측 취재진의 명단 접수도 거부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이처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와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을 계기로 방북 성과를 공유한 뒤 11일 만이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8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비핵화 문제를 논의해 나가는 데 있어 비핵화 문제와 남북관계들이 어쨌든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야 된다"며 "두 개의 바퀴와 같은 것이라서 하나의 바퀴만 굴러갈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철면피' '초보적 감각' '무지무능한 집단'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남한 정부를 향해 원색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번 것(리선권 위원장 발언)이 (성명의) 급은 높지 않은데 북쪽의 남북 고위급 회담 단장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가 걱정을 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단 냉각기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북한에서 마음 상한 부분이 있으니 그러지 않을까 싶다"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뤄진 한미 정상 통화는 북한의 돌변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는, 시급히 해소해야 할 현안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