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폭발’ 부상병 “군복무 끝났지만 치료비 때문에 전역 못해”

입력 2018-05-20 14:30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은 군인이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해 복무 기간을 다 채우고도 전역하지 못하고 있다. 전역하면 치료비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JTBC는 18일 K-9 자주포 폭발 사고 부상자 이찬호 병장의 소식을 보도했다. 이 사고로 고(故) 이태균 상사, 위동민 병장, 정수연 상병 등 3명이 사망했고 다른 4명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 한 명인 이찬호 병장은 얼굴을 비롯한 전신에 큰 화상을 입어 10년을 키워온 배우의 꿈과 멀어졌다. 이 병장은 지금까지 민간 전문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이 병장은 원래대로면 지난달 복무기간이 끝나 전역했었야 하지만 현재 전역을 6개월 미룬 상태다. 전역하면 치료비를 제대로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군 복무 중에는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고 전역 후에도 보훈병원이나 지정병원에 가면 무료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병장에게 필요한 화상전문병원 치료비 지원은 불투명하다.

이 병장은 상이등급을 받으면 매달 150만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을 생계비로 대신하게 되면 전문 화상 치료까지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병장은 JTBC 인터뷰를 통해 “(사고로 인해) 삶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니까 살길이 없다”며 “나를 책임져 줄 사람도 없고 나라에서도 우리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캡처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큰 사고였던 만큼 사고 직후 군 당국은 원인 규명을 약속하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12월 26일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이렇다 할 조치가 없어 유족들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9 자주포 폭발사고 진실을 규명해주세요’라는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이는 당시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위동민 병장의 아버지 위광일씨가 올린 것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위씨는 청원에서 “혹시 기억하시나. 우리 아들들이 장비 결함으로 실험 사격 중 장약 폭발로 순직했다”면서 “군 조사 결과 장비결함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비 제조사는 납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고 적었다. 이어 “대통령께서 한 점 의문 없이 진실을 규명하겠다 하셨다. 악속을 지켜 달라. 장비 제조사의 공개 수사를 청원한다. 아들들의 억울함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이 청원은 20일 오후 7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적지 않은 숫자지만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는 20만명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위씨는 청원 이후 고 이태균 상사, 정수연 상병의 유족들과 함께 국방부, 육군본부, 청와대를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