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의 투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LG그룹 경영권은 아들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에게 승계될 거란 관측이 제기돼 왔다. LG그룹 지주사인 ㈜LG는 지난 17일 이사회에서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29일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LG그룹은 2003년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췄다.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으로 지분율은 11.28%다. 2대 주주는 구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으로 그는 7.72% 지분을 가졌다. 구 상무는 현재 3대 주주다. 2003년에는 거의 지분이 없었지만 LG그룹 입사 이후 지분율이 6.24%까지 올라온 상태다.
만일 구 회장이 구 상무에게 모든 지분을 물려준다면 구 상무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실질적인 그룹 경영권을 갖게 된다. 일부에서는 구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전체를 구 상무에게 물려준다고 가정했을 때 상속세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상속인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 주가의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향후 2개월간 ㈜LG 주가 흐름에 따라 상속세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 세율이 적용된다. LG그룹의 경우 구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율이 50% 미만이어서 할증률은 20%다. 현재 주가를 8만원으로 가정했을 때, 상속세 계산 기준이 되는 주가는 9만6000원이 되는 것이다.
9만6000원이 4개월 주가 평균일 경우 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 11.28%(1946만주)의 가치는 약 1조8700억원이 된다.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일 경우 50% 과세율이 적용돼 상속세는 9000억원을 넘는다. 9000억원을 현금으로 일괄 납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납부할 수 있다. 몇 년에 걸쳐 나눠 낼 수도 있다.
구 회장은 입원 중이던 병원에서 20일 오전 9시52분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뇌에 이상 징후를 발견해 수술과 치료를 받아왔으나 최근 병세가 악화됐다. 유족들은 비공개 가족장으로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고인은 1945년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손자다. 국내에서 연세대학교를, 미국에서 애슐랜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1975년 LG화학 심사과 과장으로 그룹에 첫발을 들였다. 1986년 회장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1995년 LG그룹 회장에 취임, 2003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LG가 출범하면서 지주회사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왔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