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여자도 국민이다” 외친 여성들

입력 2018-05-20 09:10 수정 2018-05-20 09:12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에서 다음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를 통해 모인 여성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국내에서 열린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였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1만2000여 명(경찰 추산 1만 명)은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3월 열린 미투 집회는 2000명(경찰 추산 1500명),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집회는 2500명(경찰 추산 1000명) 정도가 모인 것과 비교하면 역대 최대 규모다.

집회는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반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경찰은 당초 시위 참가자를 500명으로 예상했으나 시위 당일 참가자들이 대거 몰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혜화역 2번 출구 앞 ‘좋은 공연 안내센터’부터 방송통신대학까지 200m가량 운집했다. 분노를 표현하는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시위 장소의 경우 처음에는 인도에 한정됐지만 시작 시각인 오후 3시쯤 이미 2000명이 몰리면서 버스 전용차선을 통제해 시위 장소를 넓혔다. 30분 후에는 버스 전용차선 옆 차선까지 통제구간을 늘려야 할 정도로 불어났다. 이후에도 계속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혜화역 2번 출구 일대가 마비돼 경찰은 오후 4시쯤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 방향 4차선을 전면 통제했다.

뉴시스

발언대에 선 운영진은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부의 경각심 재고 및 편파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 전반에 성별을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취급 규탄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그동안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남성 몰카 성범죄자들을 줄줄이 읊기도 했다. 이어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카 찍는 것은 처벌 대상도 아니다.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라고 외쳤다.

이들은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동일범죄·동일처벌’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네’ ‘또 몰카찍나’ ‘편파수사 부당하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 모습을 한 박을 깨뜨리는 가하면 대형 현수막에 그려진 법전에 물감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뉴시스

곳곳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 시작 전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이 참가자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다 물세례를 맞기도 했다. 경찰이 이 남성을 시위 장소 밖으로 끌어내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이들은 시위 중간 자신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남성이 보일 때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찍지마, 찍지마”를 외쳤다.

시위 도중 운영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집회를 생중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자 고함을 치기도 했다.

자신들을 염산 테러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분개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