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64) 감독의 ‘버닝’은 수상 명단에 들지 못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1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만비키 가족’은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다섯 번째 경쟁부문에 진출한 히로카즈 감독은 이로써 생애 첫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됐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연명하는 가족이 갈 곳 다섯 살 소녀를 식구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평단의 고른 호평을 얻었다.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 평점에서 3.2점(4점 만점)을, 또 다른 데일리지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는 4점 만점을 뜻하는 황금종려가지를 4개 받았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이 거머쥐었다. 영화는 1978년 백인 우월집단 KKK단에 잠복해 비밀정보를 수집한 흑인 형사의 이야기다. 레바논 난민의 처절한 삶을 그린 나딘 라바키 감독의 ‘가버나움’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콜드 워’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폴란드)가 차지했다.
각본상은 이탈리아 알리스 로르바허 감독의 ‘라자로 펠리체’와 이란 자파르 파니히 감독의 ‘쓰리 페이스’가 공동 수상했다. 남녀주연상은 ‘도그맨’(마테오 가로네 감독·이탈리아)의 마르첼로 폰테와 ‘아이카’(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 감독·카자흐스탄)의 사말 예슬리야모바에게 돌아갔다. 누벨바그의 거장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의 책’은 특별 황금종려상에 호명됐다.
앞서 ‘버닝’은 스크린 데일리가 집계한 평점에서 역대 최고점인 3.8점(4점 만점)을 기록하며 본상 수상 기대를 높였으나 끝내 고배를 마셨다. 대신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수여하는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차지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한국영화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전 세계 영화평론가 및 영화기자들이 모여 만든 최대 평론가 조직이다. 칸을 비롯해 베를린 베니스 등 유수 국제영화제에 심사위원단을 파견해 경쟁부문·감독주간·비평가주간 세 부문에서 각 1편씩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라며 “여러분이 이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