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혜화역 남자화장실에 몰카 설치…XX들아 기대해라”

입력 2018-05-20 05:00 수정 2018-05-30 11:27
사진=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의 한 이용자가 경찰의 ‘성(性)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린 혜화역과 역 주변 남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20일쯤 공개하겠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홍익대 회화과 몰카 사건 관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법 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집회를 갖고 “수사당국이 불법촬영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성차별 수사를 한다”면서 “불평등한 편파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이 홍대 미대 누드모델 몰카 유출범을 사건 발생 12일 만에 붙잡은 것을 두고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기 때문에 신속한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성차별 없는 공정 수사와 몰카 촬영·유출·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편파 수사에 분노한다는 의미에서 붉은색 옷을 입거나 물건을 들었다. 이들은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번 시위는 여성만 참여했으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사진=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한편 혜화역 시위를 3일 앞둔 지난 16일 워마드 자유게시판에 '혜화역 및 근처 남자화장실에 몰카설치'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물을 작성한 워마드 회원은 “토요일 시위 전까지 몰카 설치하고, 일요일쯤 유게(유머게시판)에 몰카남들 올릴 거다”라며 “xx들아 기대해라. 남자 경찰들. 남자 기자들 긴장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본 워마드 이용자들은 “남자 고등학생들 많이 다니는데 어떨까 궁금하다” “데스노트(워마드 비밀게시판) 못 들어가는데 방법 없나” “몰카남 역몰카해서 사생대회를 열자” 등의 댓글을 올리며 호응했다.

최근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워마드가 경찰의 ‘성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 현장에 몰카를 설치, 유포하겠다는 말에 네티즌들은 “이런 것도 미러링이냐”며 비난했다.

미러링(mirroring)이란 가해자에게 똑같은 행동을 돌려줘 잘못을 깨닫게 한다는 의미다. ‘넷페미(온라인 공간을 주 활동무대로 하는 페미니스트)’를 탄생시킨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폭력과 권력을 거울처럼 보여줘 한국사회의 젠더 불평등을 깨닫게 하자는 의미로 주창했다.

워마드는 지난 1일 자유게시판에 홍대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 중 촬영된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여성 모델 안모씨(25)는 이날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휴게 장소를 놓고 남성 모델과 말다툼을 벌인 뒤 앙심을 품고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불법촬영, 워마드 게시판에 유출했다. 안씨는 현재 구속된 상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