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후 자해 사망…法 “생명보험금 지급 안해도 돼”

입력 2018-05-19 22:56
픽사베이 제공

마약 후 심신미약 상태로 자살했다면 생명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김모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의 아들 A씨는 2016년 3월 필리핀 세부에서 필로폰을 투약하다 공항에서 붙잡혔다. 이후 필리핀 마약수사국 조사를 받던 도중 환각 증세를 보였고, 유치장 철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자해하다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사인은 심한 외상성 뇌 손상에 의한 심폐 정지였다.

김씨는 아들의 사망 이후 삼성화재에 보험 계약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A씨가 맺은 보험약관에 따르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다. 김씨는 아들이 마약 투약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필로폰은 사람의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각성제로 남용 시 사망에 이르거나 자신 혹은 타인을 공격할 수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투약 경험이 있는 A씨는 이같은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약관은 심신상실 등으로 고의를 정상적으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을 구제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불법적으로 심신상실 체제를 스스로 일으킨 경우까진 인정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