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후 심신미약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생명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김춘호)는 김모씨가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의 아들 A씨는 2016년 3월 필리핀 세부에서 히로뽕을 투약한 뒤 경찰에 붙잡혔다. 환각 증세를 보이던 A씨는 유치장 철창에 머리를 부딪치는 등 자해했다. 쓰러진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5시간 만에 숨졌다. 사인은 외상성 뇌손상에 의한 심폐 정지였다.
김씨는 이후 삼성화재에 보험 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마약 투약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해를 해 사망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가 맺은 보험약관에 따르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해한 경우 보험금이 지급된다.
법원은 그러나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약관은 불법적으로 심신상실 자체를 스스로 일으킨 경우엔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히로뽕은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각성제로 남용 시 사망에 이르거나 자신 혹은 타인을 공격할 수 있다”며 “이미 여러 차례 투약 경험이 있는 A씨는 이 같은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