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일가 퇴진’을 외치며 세번째 촛불을 들었다.
대한항공직원연대는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 세종공원에서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2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4일, 12일에 이은 이날 집회에서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한진그룹 계열사의 직원 및 가족들, 거기다 일반 시민들까지 함께했다.
경찰 측이 추산한 이날 집회 참석 인원은 600여명이다. 직원연대는 500명을 신고했지만 그 보다 많이 모였다. 각각 500명, 400명이 모였던 1·2차 집회보다도 많은 숫자다.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착용했다. 사측의 불이익에 대비해 신원을 감추고 상징성을 드러내자는 취지다. 두 손에는 LED 촛불을 들었다.
집회에 앞서 대한항공 머리핀 모양으로 서서 촛불을 들고 사진 촬영을 했다. 참가자들은 ‘물러나라 조씨일가!’ ‘지켜낸다 대한항공’ 등 구호를 외쳤다.
직원연대는 현장에서 가면을 무료로 나눠주는 가하면 갑질근절 문화 캠페인의 일환으로 제작한 ‘플라이투게더 함께해요’란 문구가 적힌 하늘색 리본 스티커와 배지, 가방고리 등을 배포하기도 했다.
1·2차 집회의 사회를 맡았던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 박창진 사무장은 이날 비행 스케줄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그 자리를 변영주 영화감독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무소유’라는 대화명으로 활동 중인 대한항공 직원이 채웠다.
변 감독은 “가장 중요하고 용감한 일을 하는 분들과 한 편이라 영광이다. 갑질로 힘들어 하는 세상 모든 분들이 함께해주시면 좋겠다. 대한항공이 바뀐다면 우리나라 모든 노동환경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속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메이비’라는 대화명을 쓰는 객실 승무원은 “친구가 ‘왜 그러고 사느냐’고 하더라. 할 말이 없었다. 대한항공은 창피한 회사가 아니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권리를 지키고 동료들을 지켜야 한다. 우리의 승리가 조직문화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카케’라는 대화명을 쓰는 직원은 가면을 쓰고 음성 변조까지 한 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대한항공에 입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원자들을 위해, 당당한 선배가 되기 위해 싸우겠다”고 일갈했다.
‘킬러조’라는 대화명을 쓰는 직원은 “조양호는 이미 드러난 범죄 혐의가 많다. 기업의 총수인가, 범죄단체의 수괴인가. 우리 국민은 모두 행복추구권을 가지지만 항공사는 공익필수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 파업이 금지돼 있다. 모든 항공사 근로자들을 위해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리 행진도 이어졌다. 1개 차로를 통해 세종로터리, 대한문을 지나 서소문동에 위치한 대한항공 사옥까지 이동했다. 이후 직원들이 작성한 ‘조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가 울려퍼졌다. 직원들은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여객마케팅 전무를 차례로 언급하며 퇴진을 요구했다.
사진=뉴시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