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한 사립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국어교사·체육교사가 학생들을 강제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된 가운데, 이들 교사로부터 피해를 입은 졸업생 25명이 추가 ‘미투(#MeToo·성폭력 피해 고발)’ 폭로에 나섰다.
18일 경향신문이 단독보도한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에 따르면, 졸업생 A씨(26)는 “3학년 고전문학 수업시간에 국어교사가 고전소설을 해석하면서 ‘여자들은 강간당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고, 손가락으로 성행위 장면을 재현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졸업생 B씨(20)는 “국어교사가 질문하려는 학생이 다가오면 학생들의 손, 어깨, 팔, 귓불 등 신체부위를 수시로 만지는 것으로 유명했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에게도 같은 행동을 매번 반복했다”고 말했다.
체육교사에 대한 제보도 쏟아졌다. 졸업생 C씨(20)는 “체육교사에게 무용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하자 ‘다리 잘 벌리겠네’라고 말했다”면서 “너무 당황해서 ‘스트레칭 말씀하시는 거냐’고 묻자 어물쩍 상황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댄스스포츠 수업시간에 체육복 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고 굳이 치마를 입으라고 한 뒤 치마 속, 다리 등을 대놓고 쳐다봤다”고 말했다.
졸업생 D씨(20)도 “체육교사가 수업시간에 댄스 동작을 가르쳐주면서 허리, 엉덩이, 가슴 부위를 만졌다”고 밝혔다.
졸업생들은 재학 당시 이 같은 피해사실을 고발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졸업생 E씨(26)는 “2012년 스승의 날에 담임선생님에게 인사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국어교사가 제 손을 주무르면서 볼에 입을 맞췄다”면서 “담임선생님을 만나 그 일을 털어놓으니 ‘원래 그 분은 스킨십이 많은 분이니 이해하라’면서 무마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졸업생 F씨(21)은 “온라인 교사평가에 국어교사가 팔을 만지는 등에 대해 고발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학생들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졸업생 A씨는 “저를 비롯한 반 친구들이 국어교사에 분노했지만, 더 화가 났던 건 성추행으로 유명한 교사를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관했던 동료 교사들과 학교 재단”이라면서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성추행 교사들이 교단에 서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생 G씨(22)는 “4년이 흐른 지금도 2학년때 국어교사가 제 귓불을 만지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 당해본 성범죄였다”면서 “저보다 더한 일을 겪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교사가 죗값을 치르게 해달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