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과 문 총장이 발족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벼랑 끝에서 마주보고 섰다. 이번 사건 심의만을 위해 구성된 ‘원포인트’ 전문자문단이 심판관을 맡았다. 문 총장의 향후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검찰청 핵심 참고 기소 여부가 검찰청 밖의 법률가들 손에 맡겨진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외압 의혹 수사를 둘러싼 대검과 수사단의 정면충돌 상황은 외부 인사들에게 중요 사건 처분 결정권을 사실상 위임해온 방식이 낳은 부작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총장 취임 이후 검찰은 각종 위원회를 구성해 피의자 신병처리나 공소제기, 상고 여부까지 판단을 구해왔다. 수사 결과에 신뢰를 높이고 외부견제를 강화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자칫 검사들이 민감한 사건을 ‘아웃소싱’하고, 이를 명분삼아 사건 처리에 따른 책임마저 회피하려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이번 사태도 문 총장과 강원랜드 수사단 모두 외부 판정을 빌려 각자 주장의 타당성을 인정받으려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단은 지난달 25일 대검에 공문을 보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김우현 대검 반부패부장(검사장), 최종원 서울남부지검장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 기소 여부를 심의 받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월 출범한 수사심의위는 변호사 교수 기자 시민단체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수사단은 자유한국당 염동렬 의원 구속영장 청구 때는 사전보고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며 “검사장 기소 문제는 부담스러우니까 수사심의위를 끼워넣으려 한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를 불허했다. 내부 의사결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사안이라 엄밀한 법리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대검 참모가 연루된 사건 처리를 일반인들의 손에 맡기기는 불안했던 측면도 있어 보인다. 문 총장은 수사단장의 수사결과보고서와 대면보고를 받은 뒤 법리상 직권남용 혐의 적용은 어렵다고 이미 판단한 상태였다.
대검과 수사단은 결국 별도의 전문자문단 심의 방식을 택했다. 지난 8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및 수사외압 의혹 사건 관련 전문자문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지시’란 내규까지 만들었다. 이후 자문단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변호사 4명, 교수 3명을 단원으로 선정했다.
자문단 개최를 기다리고 있던 지난 15일 안미현 의정부지검 검사가 문 총장의 외압 관여 의혹을 주장하고, 곧바로 수사단도 문 총장에게 반기를 드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검찰은 내분에 휩싸였다. 지방의 한 검사장은 “문 총장이 토론을 통한 결론 도출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지만 기소 여부 최종 결정권자는 어디까지나 총장”이라며 “직권남용죄가 성립 안된다고 판단했으면 단호하게 끊어 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문단은 18일 오후 1시부터 회의를 열어 11시간 이상 당사자 입장 청취 및 법리 검토, 내부 평의를 거친 끝에 검사장 2명에게 모두 직권남용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의결했다. 외압이기보다는 수사지휘 성격이 짙었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었다. 수사단이 문 총장에게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지 23일이 지나 심각한 내홍과 진통 끝에 나온 결론이다.
검찰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법률가 집단이라는 검찰이 자기의 명운을 외부 자문기구에 맡겼다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호일 양민철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