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돌변에… ‘中 배후론’ 꺼내든 트럼프

입력 2018-05-18 23:57
뉴시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배후론’을 꺼내들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 태도가 거칠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끼어들기’에 대한 경고이자 과도한 북·중 밀착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자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강력히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북한의 태도변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 7∼8일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이후 북한이 변했다”면서 “아마도 중국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북한은 중국 쪽으로 급속하게 쏠리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의 두 차례 중국 방문도 파격이었다. 중국이 스스로 역할론을 강조하며 북·미 회담까지 간섭하려 한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중국은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하지 않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중간 단계에도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고 약속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당시 ‘적대시 정책’과 ‘안전 위협’ 제거를 비핵화 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을 압박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이 북·미 간 회담에 자꾸 끼어들어 판을 흔든다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이 한·미의 ‘맥스 선더’ 훈련을 구실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시키자 미국은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요구해온 중국이 배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대비해 중국에 ‘보험’을 들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체제 안전과 경제 지원 미끼로 북한을 회유해 북·미 회담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시도를 차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이날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중국의 주장과 입장은 여태껏 변한 적이 없고 일관된다”면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 특히 한반도와 관련된 나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