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한국교회는 후임자 청빙 때 미국 영국 독일 등 해외 유학파나 한인교회 목회자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러나 후임자가 막상 취임하고 나면 한국교회 문화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화충돌을 일으키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검증되지 않은 목회자 때문에 교회가 쪼개지는 현상도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보니 중대형교회의 후임자 청빙문화는 교회를 거처 간 부교역자 출신 중 건강한 목회를 일구는 목회자를 청빙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전임 목회자의 목회철학을 경험했던 부교역자 중 인격과 목회능력이 충분히 검증된 목사를 청빙하는 실리적 선택, ‘안전한’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부산 수영로교회입니다. 부교역자 출신인 이영훈 목사는 미국과 일본에서, 이규현 목사는 호주에서 목회능력은 물론 영성과 인격을 충분히 검증받았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경우가 있습니다. 해외 선교사 출신 목회자를 청빙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영혼구령의 뜨거운 열정을 지닌, 확실하게 ‘검증된’ 목회자를 청빙하겠다는 것이죠. 실제로 중국 미국 쿠바에서 각각 활동하던 검증된 선교사를 후임자로 청빙한 서울 강일교회(정규재 목사) 화양교회(최상훈 목사) 순천 중앙교회(홍인식 목사)는 폭발적인 부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전호 목사는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지도자인 박종순 충신교회 원로목사의 ‘바통’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한 목회종합 전문잡지에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목회를 계승할 때에는 전임 목회자의 목회철학과 비전, 핵심가치를 계승하는 것이 진정한 계승이다. 비전보다 계승이 우선이다. 혁신한다고 외치면 비판이 먼저 들어온다. 전임자에게 배운 철학과 가치를 흡수하고 그것을 토대로 발전시키면 충돌이 없다.”
성도들은 후임자가 전임 목회자의 사역과 흔적을 없앨 때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간다는 아픔을 느낍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임자는 전임자가 이런 사역을 어떤 배경에서 했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후임자가 교회의 전통과 가치를 존중할 때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후임자라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전호 목사처럼 당장의 성과보다 계승과 신뢰관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고 정성껏 섬긴다면 교회는 건강하게 성장할 것입니다.
후임목회는 전임목사의 목회철학과 가치, 목회흔적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후임 목사가 원로목사를 잘 섬기며 스승, 코치로 모신다면 분명 신앙 공동체에 유익이 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수영로교회가 그걸 말해줍니다. 후임목사는 ‘비전’보다 ‘계승’이 먼저입니다. 이게 고수의 리더십입니다.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