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수지(본명 배수지·24)가 과거 성추행 피해를 털어놓은 유명 유튜버 양예원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원 참여자가 급증하고 있다.
수지는 17일 오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양예원이 올린 ‘합정 XXXX 불법 누드촬영’이라는 청원 페이지 캡처 사진을 게시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사진이나 짧은 영상을 올리면 24시간 이내에 자동 삭제되는 기능이다.
캡처 사진에는 수지가 이미 동의를 한 듯 ‘동의는 한 번만 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떠 있다. 또 당시 동의자는 1만1775명에 불과했다. 이후 참여자가 급증해 18일 오전 9시46분 기준 10만8696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관련 부처 관계자가 한 달 내 공식 답변을 내놓는다. 이 청원의 마감일은 다음 달 16일이다.
양예원은 지난 16일 유튜브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25분짜리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그는 자신이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과거 피팅 모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한 스튜디오를 찾았다가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양예원에 따르면 스튜디오 실장은 양예원이 들어가자 문을 잠그고 노출이 심한 의상을 건넸다. 그곳에는 남성 약 20명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으며 양예원이 옷을 갈아입자 음란한 자세를 요구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자세를 교정한다며 양예원 몸을 더듬기도 했다.
양예원은 밀폐된 공간에 두려움을 느껴 ‘살아서만 나가자’라는 생각으로 촬영을 끝마쳤다고 한다. 이후 당시 양예원 꿈이 배우였던 것을 안 실장이 “아는 PD나 감독에게 다 말하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촬영을 몇 차례 더 했다. 이때 찍은 사진이 최근 인터넷에 유포돼 양예원은 네티즌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모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양예원 지인 이소윤 또한 페이스북에 같은 수법으로 똑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마포경찰서는 두 사람의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17일 수사를 시작했다.
한편 양예원이 지목한 실장은 양예원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그는 “동의를 받고 찍었고 (남성들이) 몸을 만진 적도 없었다”면서 “자물쇠로 문을 잠그지도 않았다. 사진이 유포된 게 안타깝다”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사진을 찍을 때 강압이 없었으며, 퍼트리지 않겠다는 남성들의 동의를 받았고, 유포된 것은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는 게 실장의 설명이다.
이 실장은 현재 양예원이 청원에서 언급한 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에 적힌 스튜디오는 2016년 1월부터 다른 사람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