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 “사측이 촛불집회에 가면까지 쓰고 와 감시해”

입력 2018-05-18 09:36 수정 2018-05-18 13:16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18일 대한항공 노조가 자신을 제명한 것에 대해 “제가 왜 제명 상대가 됐는지 조금 의문스럽기는 하다”면서도 “현 사태에 있어 (노·노 갈등으로) 초점이 흐려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사무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직원들이 다 단결해서 현 경영진의 개선 요구가 이뤄져야 하는데 상당히 안타까운 뉴스”라며 이 같이 말했다.

대한항공 측의 지나친 감시 때문에 얼굴이 알려진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는 “2014년과 다르게 내부 직원들이 용기를 내 우리 발언을 하기 시작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당당하게 본인 정체를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는 분들이 없어 집회신고부터 사회까지 제가 나서서 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 언론사 기자에게 들은 얘기라면서 “본인이 대한항공 시위 현장을 취재하러 갔는데 옆에 가면을 쓰고 있는 분이 갑자기 아는 척을 해서 ‘누구시냐’고 했더니 ‘대한항공 홍보팀 직원입니다’라고 하고, ‘시위하러 오셨느냐’고 하니 ‘제가 시위하러 왔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사측이) 그 시위에 참가한 것처럼 가장하고 나와 채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가면을 쓰고 집회에 참석한 적이 없다”며 “취재하러 온 기자들을 만나러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연대는 대한항공 노조와는 별개로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과 깁질 근절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18일 오후 7시30분에는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3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직원연대는 사측의 무차별 채증을 막기 위해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박 전 사무장은 직원연대 활동을 좀 더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사회 전반의 갑질 근절 캠페인을 펼쳐가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그는 “연대의 방식을 온라인상 단체채팅방 수준이 아닌 조직을 형성해서 나갈 생각”이라며 “권한을 누리고 있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경영 행태가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연대의 방향을 공감 아래 확장시켜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