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 못줘서 미안하다" 택시기사 아버지의 선물

입력 2018-05-18 05:02 수정 2018-05-18 05:02
아들은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손수 세차를 해주신답니다. 왠지.. 뭉클한 순간입니다"라고 적었다. 보배드림 캡처

여기 미안해하는 아버지와 그래도 가장 소중하다는 아들이 있습니다. 출시된 지 9년이 나 지난데다 11만km를 달린 택시를 둘러싼 사연입니다. 개인택시를 하는 아버지는 얼마 전 차를 바꿨습니다. 지금까지 애지중지하며 타던 차를 아들에게 물려줬는데요. 오래된 차 물려준 게 무슨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부자의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훈훈해서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자간의 따뜻한 사연은 17일 오전 온라인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아버지께 물려받은 차”라는 제목으로 공개됐습니다. 아들은 아버지 차를 받게된 경위와 과정을 사진과 글로 상세하게 설명했는데요.

아버지는 “오래되긴 했지만 아버지 차 쓸래?”라고 조심스럽게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출고된 지 9년된 택시지만 연식에 비해 운행 거리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택시 일보다 수입이 더 좋은 부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들은 평소 철저하게 관리된 최고 상태의 차를 ‘넙죽’ 받아왔습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새 번호판 장착부터 지붕 택시등 제거 등 아버지의 택시는 일반 승용차로 착착 변신했습니다.

보배드림 캡처

아버지는 아들에게 차를 선물하며 마지막으로 손수 세차까지 해줬습니다. 이 장면도 공개했는데요. 백발의 아버지가 세차장에서 정성스럽게 물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뭉클한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승용차로 변신한 차는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고 유지관리가 잘돼 보였습니다. 스크레치 하나 없는 시트에서 ‘뽀드득’ 소리가 난다고 할 정도입니다. 엔진룸을 보면 카센터 사장님들이 감탄을 한다고 합니다. 깨끗하게 청소되고 정돈된 엔진룸은 그야말로 ‘와’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올 정돕니다. 흔한 누유하나 없고 잔고장 한번 없었다고 합니다.


“좋은 차 못 줘서 미안하다, 아들.”
이처럼 완벽하게 잘 유지 관리된 차를 아들에게 물려준 아버지는 그래도 마음이 안 좋았나 봅니다. 아들이 차를 가지고 출발하는 아침에 이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부모의 마음이 이렇습니다.

아들도 “제가 차를 사드려도 부족한데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라며 “세상에게 가장 소중한 차”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 인생 마지막 차로 ‘삼각별’을 선물해드릴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보배드림 캡처

네티즌들은 “위대한 유산”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이 게시글에는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하나같이 안전 운전과 아버지 건강을 당부하는 내용입니다. 한 네티즌은 “부자간에 진심으로 부럽다. 아버지의 향기를 맡으면서 오래도록 안전 운전하시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게시글 중 일부>

아버지께선 40년 가까이 개인택시를 운행 중이십니다.

지난주, 고향에 계신 아버지께서 차를 바꾸셨습니다.

9년 된 차는 11만KM를 마지막으로 운행 종료..

수입이 더 좋은 부업을 하셨거든요.

택시로선 무척 짧은 주행거리입니다.

평소 차량관리를 철저하게 하신 탓에..

내 외관 컨디션도 최고의 상태입니다.

"오래되긴 했지만 아버지 차 쓸래?"

아버지께서 차를 가져가라고 하십니다.

마침 저희 차 상태가 안 좋아서 망설임 없이

넙죽 받아 오게 되었네요.

<중략>

시골에서 차를 가지고 올라오는 아침..

출발하기 전 아버지께서 말씀하십니다.

"좋은 차 못 줘서 미안하다 아들.."

부모님의 마음이 이렇습니다..

제가 차를 사드려도 부족한데..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리고 아버지께 인생의 마지막 차로..
삼각별을 선물해드릴 계획입니다.

"늘 안전 운전하며 감사히 타겠습니다.

아버지께 물려받은 찬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차에요."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