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화 자수박물관장 부부, ‘유물 5000여점’ 서울시에 무상기증

입력 2018-05-17 17:21
허동화 자수박물관장 부부_서울시 제공

한국자수박물관을 운영하는 허동화, 박영숙 부부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소장유물 4241건(5129점)을 서울시에 무상 기증한다.

특히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수집했던 자수병풍, 보자기 등 1000여 점 비롯해 자수공예 및 복식 등 각종 직물공예품, 장신구, 함, 바늘과 같은 침선구도 기증하기로 했다. 또한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3건도 포함돼 있다.

자수사계분경도는 꽃과 나비, 분재 등을 4폭에 수놓은 병풍으로 자수 기법, 화면 구도, 바탕직물 제작 시대, 실 직조 방법 등을 통해 제작 시기가 고려 말기로 추정되는 희귀한 유물이다. 수집 당시 터키 대사 부인이 선점해 외국으로 반출될 상황에 놓였던 것을 인사동 고미술상을 설득한 끝에 손에 넣은 일화로 유명하다.

자수경계도(왼쪽)과 왕비방석(오른쪽)의 모습_서울시 제공

기증된 유물은 모두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 중인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옮겨진다. 2020년 5월부터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허동화 관장은 “우리 자수 유물이 해외에서 특히 각광받은 이유는 우리 어머니들과 같은 여성들이 꿈과 염원을 담아 수놓은 자수 유물이 가진 미감이 세계인의 보편적인 감수성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평생 이 유물들이 세계에서 각광을 받아 행복했다. 이제 기증 유물들이 서울시민들에게 큰 기쁨이자 보람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건립 중인 공예박물관에 중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세계박물관의 날(5월18일)을 맞아 “기증자의 뜻이 제대로 계승될 수 있도록 앞으로 기증 유물을 문화시민도시 서울로 발돋움하기 위한 소중한 자양분으로 삼아 세계가 주목하는 공예박물관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