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 제명에 대한항공 직원들 ‘싸늘’…노조 제시 근거는?

입력 2018-05-17 15:46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을 제명한 근거를 17일 상세히 공개했다. 노조는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박 전 사무장의 주장이 허위이며, 노조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노조의 이런 행동이 또다른 ‘갑질’이라며 탈퇴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출처: 대한항공 노동조합 홈페이지


노조는 “박 전 사무장이 땅콩 회항 사건 당시 회사로부터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데도 노조가 도와주지 않았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밝혔다. 그 근거로 ①(땅콩 회항 언론 보도 직후인) 2014년 12월 9일 박 전 사무장에게 도움을 주려고 유선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②2015년 1월 중순 유선 연락이 돼서 노조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박 전 사무장이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도움을 거절했으며, ③2017년 상반기 방송 평가 관련 본인의 자격 취득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에 도움을 요청해 필수과정인 개별 교정 및 집체교육 신청 없이 방송 녹음만 2~3차례 녹음한 사실을 확인해 알렸으나 박 전 사무장은 어떠한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박 전 사무장이 다수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노조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전 사무장이 지난 4월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열린 정의당 주관 퍼포먼스에 참석해 ‘현재 집회를 실시하는 노조는 어용노조’라고 했고, 이달초 강서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하면서 ‘노조도 간선제로 이뤄져 윗선 입맛에 맞게 운영됐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소속 대한항공 노조원으로서 민주노총 산하 노조 행사에 참석한 것은 해노행위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박 전 사무장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 알려진 직후인 4월 17일 국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당시 항공사 재벌들의 갑질 처벌 강화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강조했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에 대해 “본인이 소속된 노조와 적을 달리하는 단체와 행동함으로써 해노행위를 일삼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조가 박 전 사무장을 제명한 것에 대해 내부에서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퇴진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단체채팅방에서는 “박 전 사무장을 제명한 것으로 스스로 어용노조임을 증명했다”며 “이런 노조 때문에 그동안 조양호 일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운항승무원이라고 밝힌 한 참여자는 “총수 일가 몰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직원들 지킬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사무장은 그동안 노조 직선제를 통해 내부 견제시스템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네티즌들도 노조의 제명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단합해서 회사와 싸울 생각은 않고 뭐하는 거냐”라고 비난했고, 다른 네티즌은 “제명하는 순간 어용노조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