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난소 혹 제거 수술 중 50대 여성의 멀쩡한 신장을 종양으로 착각해 잘못 제거한 일이 벌어졌다.
환자와 가족들은 “병원에서 의료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1개의 건강한 신장으로도 잘사는 사람이 많이 있으니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며 핀잔을 줬다고 격분했다.
17일 가천대 길병원 등에 따르면 50대 여성 A씨는 올해 3월 인천 한 개인병원에서 난소에 혹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고 2차 진료를 위해 길병원 산부인과를 찾았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 B씨는 초음파 검사 결과 A씨의 왼쪽 난소 쪽에 9㎝ 크기의 양성 혹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진단,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복강경 수술을 통해 난소에 난 혹을 제거하기로 했다.
복강경 수술을 시도하니 초음파상으로 보였던 왼쪽 난소가 아닌 대장 인근 후복막 부위에서 악성 종양 같은 덩어리가 보였다.
의료진은 이를 A씨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개복수술을 통해 해당 덩어리를 제거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진이 떼 낸 덩어리는 악성 종양이 아니라 A씨의 신장 2개 중 하나였다.
A씨 남편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둑맞은 아내의 신장(콩팥)'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A씨 남편은 "조직 검사 결과 잘못 떼 낸 신장은 성인의 정상크기 신장과 같았고 제 기능을 하는 신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으로부터) '1개의 건강한 신장으로도 잘사는 사람이 많다'며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또 “병원 측에서 ‘의료 소송은 환자가 이기는 예가 거의 없으며 병원 입장에서는 의료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보다는 의료분쟁으로 인한 소송이 더 수월하다’는 말까지 했다”며 분노했다.
한편 병원 측은 신장을 잘못 제거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A씨는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부위에 자리 잡은 '이소신장'을 가졌다"며 "사전 검사 과정에서 이를 알려줬으면 수술 때 다른 결정을 내렸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난소 혹이 아닌 신장을 제거한 것은 잘못"이라며 "환자에게 사과하고 병원비를 포함한 보상금도 최근에 지급했다"고 덧붙였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