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이니 통행 말라” 길 막은 재건축설립위원장 벌금형

입력 2018-05-16 16:26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유지이지만 관행상 통로였던 곳에 철제 펜스를 설치해 통행을 막은 것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천지법 형사13단독 강태호 판사는 16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인천 모 재건축조합설립위원회 위원장 A(57)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인천시 한 주택 재건축 개발지구에서 골목 출입로 4곳에 높이 3m·폭 3m인 철제 펜스를 세워 인근 주민과 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인근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택재건축정비구역 해제 가능성이 커지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철제 펜스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서 A씨는 “철제 펜스를 설치한 곳은 사유지이고 통행이 가능한 다른 도로도 있다”면서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되는 ‘육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는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육로란 ‘일반 공중의 왕래에 공용되는 육상의 통로’로 불특정다수 사람이나 차량 등이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를 뜻한다.

재판부도 이와 비슷하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육로는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나 차량이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공성을 지닌 장소”라며 “펜스가 설치된 곳이 개인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이고 인근 주민 등이 오랫동안 통행로(육로)로 이용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육로로 인정되는 이상 부지의 소유관계나 통행자가 많고 적음은 따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