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기피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4명에 대해 한꺼번에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형사4단독 이승훈 판사는 16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각각 기소된 방모(24)씨 등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방씨 등은 2016년 5월부터 2017년 11월 사이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기간 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지지만 모든 사람이 무기를 들고 싸워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피고인은 다른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 병역법 제88조가 규정한 입역 기피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가가 대체복무제 도입 등 국민에게 법치의 혜택을 넓혀가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은 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집총병역의무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을 떠넘기는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첫 무죄 판결이 나온 이후 이번이 83~86번째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부터 일관되게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유죄로 판단하고 있지만 하급심에선 간혹 무죄 선고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온 사례는 없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 지금까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병역법 88조가 위헌인 지 여부를 가리고 있다.
김종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