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조종석 유리창이 깨져 부기장의 몸이 반쯤 빠져나간 상황에서도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킨 기장이 온 국민의 찬사를 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양쯔만보(揚子晩報) 등 중국 매체들은 뛰어난 위기 대응력으로 탑승객 128명의 목숨을 지킨 쓰촨(四川)항공 소속 류촨젠 기장에게 ‘중국의 설리 기장’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설리’로 불리는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은 2009년 새떼에 부딪혀 양쪽 엔진이 꺼진 US항공 소속 여객기를 뉴욕 허드슨 강 위에 불시착시켜 탑승자 155명 전원을 살린 ‘허드슨강의 기적’의 주인공이다.
류 기장이 조정하던 에어버스 319 여객기는 전날 오전 충칭을 출발해 라싸로 향하던 중 청두 상공에서 조종실 부기장석의 우측 유리창이 깨져 떨어져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비행고도는 9750m였다. 갑자기 유리창이 터지듯 깨져나가자 조종실 기온은 영하 20∼30도로낮아졌다. 압력도 급속히 떨어져 류 기장의 고막엔 심각한 손상이 가해졌다.
류 기장은 훙싱(紅星)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런 고도에서 시속 800∼900㎞로 비행하는 것은 마치 영하의 하얼빈 도로에서 차 창문을 열고 시속 200㎞로 달리는 것과 같다”면서 “강제 착륙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비행 도중 유리창이 파열돼 떨어져 나가고 유리 조각이 날려 조종사들에 심각한 상해 위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옆에 있던 부기장의 몸이 이미 창밖으로 절반 정도 빠져나가 창에 걸쳐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류 기장은 다행히 사고 발생 후 20분만에 기체를 착륙시켰다. 조종실과 객실이 격리돼 있어 조종실 실압과 온도 저하에 승객들이 영향을 받지 않았고, 쾌청한 날씨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중국의 설리 기장’ …조종석 창문 깨진 상황에서도 승객 전원 살려
입력 2018-05-15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