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을’의 반란…대한항공 직원들, 한진家와 전면전 태세

입력 2018-05-15 18:01 수정 2018-05-15 18:03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움직임이 체계화하고 있다. 오너일가의 갑질과 폭력을 제보하는 수준을 넘어 사정기관의 전방위 수사를 촉구하고, 일상적인 대응체계를 갖출 예정이다.

◇조양호 일가와 전면전 위한 조직구성 박차

15일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여있는 메신저 단체채팅방에 따르면 조 회장 일가의 완전한 퇴진을 위한 조직 구성 논의가 한창이다. 직원들이 추진중인 대응조직은 사정기관 업무협조및 청원, 언론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배포, 회사 측의 직원 불법채증과 이에 따른 불이익 처우 증거수집, 불법 비리 수집 및 고발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비리 의혹에 대한 사회적 관심, 이와 맞물려 가중되는 직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다. 직원 단체채팅방을 처음 개설한 관리자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집회와 조 회장 일가의 불법 제보를 이어가겠지만 이제는 좀 더 강력하고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직원들의 제보를 정리해 언론에 전달하는 부담과 함께 사정기관과의 업무 협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계속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영혼 없는 사과’와 변명으로 일관하는 회사 측에 맞서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해 제기된 18가지 의혹에 대해 일일이 반박했을뿐 아니라 오너일가가 해외지점을 통해 밀수를 해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명품은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내놓아 검경 및 세관 수사 대비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때문에 직원들 역시 체계적인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박창진 사무장 인스타그램


◇갑질 근절 캠페인 추진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18일 오후 7시30분 서울 광화문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3차 촛불집회’도 열 계획이다. 주최 측은 1·2차 촛불집회와 마찬가지로 직원들의 신상 보호를 위해 ‘가이 포크스’ 가면과 선글라스 착용 등도 함께 공지했다.

달라진 점은 이날 집회를 기점으로 ‘갑질 근절 문화 캠페인’도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다. 직원연대는 캠페인 일환으로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하늘색 리본 모양의 기념품을 배포할 예정이다.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은 인스타그램에 리본 이미지가 ‘연대’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시민이 보내준 응원 리본”이라며 “이 리본은 대한항공 여성 승무원들이 머리에 착용하는 머리핀이다. 이걸 보내주신 디자이너도 대한항공 직원들처럼 직장대표로부터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어 대한항공 사태를 보고 참을 수가 없어 지지하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