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시애틀의 노숙자 문제는 미국 전체에서도 선두를 다툴 만큼 심각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시애틀 시의회가 노숙자들의 보호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대기업에 특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시애틀 의회는 시애틀에 있는 민간대기업을 대상으로 고용인 1인당 275달러(약 29만5600원)의 ‘인두세’를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이는 당초 제안이었던 1인당 500달러(약 53만7500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이지만 이를 통해 노숙자를 위한 연간 4800만 달러(약 516억원)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대상 기업은 매출이익이 2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으로 시애틀에 있는 전체 기업 가운데 3%에 해당한다고 시 의회는 밝혔다. 여기엔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마존, 스타벅스, 마이크로소프트, 코스트코홀세일 등이 포함된다.
의학 검시관 사무실이 발표한 보고에서 따르면 최근 몇 년 들어 시애틀이 위치한 킹카운티 지역 노숙자 중 사망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2년 당시 노숙자 사망자 수는 78명으로 기록됐지만 2017년에는 무려 169명이 사망해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5년 동안 사망한 노숙자는 총 697명이었다. 이들 사망자 중 72%는 대부분 쉼터나 노숙자 전문 건강 센터가 아닌 밖에서 객사한 채 발견됐다. 그리고 이렇게 객사한 노숙자 중 많은 수가 시애틀 중심부에서 발견됐다.
시애틀시는 2015년부터 무주택 노숙자들에 대해 비상 구호조치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진행했지만, 노숙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사실상 눈에 띄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시애틀 시의회는 대기업에 ‘인두세’를 부과하는 것을 승인했다. 새로운 법령으로 조성된 자금은 이들 구호 사업에 투입된다.
시애틀의 노숙자 증가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시애틀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집값이 급등하고 노숙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촉발했다.
대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 지지자들은 시애틀의 간판 기업인 스타벅스나 아마존 등 대기업들이 시 부동산 월세나 주택가격을 부추겨 노숙자들을 양산하는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기업들은 이러한 세금 부과는 시애틀시의 잘못된 결정이라며 이미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지출되는 수천만 달러의 예산의 효율성을 더욱 떨어트리게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신혜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