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취급 받는 현실” 스승의날 폐지 청원 눈길

입력 2018-05-15 15:4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승의 날(5월 15일)’을 폐지해 달라는 한 교사의 국민청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 이리동남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성식 교사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은 유래도 불분명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없앴다가 만들기도 했다. 우리 헌법이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 살아본 적이 없다”며 스승의 날 폐지를 주장했다.

정 교사는 최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 같다고)토로하는 선생님들이 실제로 있다”며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이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는 주장에 동의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로 최근에 '스승의 날' 정부 포상 계획이 공문으로 전달됐는데 그런 공문서를 받을 때마다 학교에서는 누구를 대상자로 해야 할지, 불편해 한다”고 했다.

정 교사는 "교사로 19년을 재직하면서 제자들과의 인연도 이어오고 있는데 '스승의 날' 만나자고 하면 내가 피하는 형편”이라며 “최근 국민권익위원장이 카네이션도 학생 대표만 줘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고, 그 댓글에 달리는 반응을 보면 교사로 살아가는데 대해 사기가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스승의 날'의 목적이 교권을 신장하고 스승 존중의 풍토를 만들자라는 건데, 막상 눈치보면서 서로 학교별로 추천해서 상을 받는다. 이런 걸로 교권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스승의 날' 당일이 되면 오히려 더 먼저 '제발 학교로 아무것도 보내주지 마십시오'라고 편지를 써야 한다”며 “주변의 선생님들도 차라리 '스승의 날' 조퇴 내고 빨리 끝내고 학교를 좀 떠나고 싶은 날이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또 “‘'생화 카네이션은 대표만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럼 그 ‘대표’가 학생회장인지 동아리 회장인건지. 이런 논란을 보면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카네이션)을 받고 싶어 하는 교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25일 “교사에 대한 카네이션 선물은 학생대표 등만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 측은 “캔커피의 경우 어떤 학생이든 선물해서는 안 되며, 학생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은 한 송이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청탁금지법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정 교사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찬성한다면서도 국가가 이를 상식적인 선을 넘어 과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영란법' 때문에 학생들과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학생이) 음료수 같은 걸 하나 가져와 그냥 손에 쥐어서 보낸 경우가 있었다. 그랬더니 그 아이가 울기도 한 적이 있다”며 “카네이션과 음료수 등을 현장에서 받고 싶어하는 교사는 요새 말로 ‘1도’ 없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 교사는 아울러 “교권 침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그것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아주 미비하다. 힐링, 상담, 연수 이게 고작이다. 요즘 학교 폭력 관련해서도 학교가 법정이 돼 버렸다”고 했다. “왜 학교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교사의 교육적 지시와 통제에 불응하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학부모들도 학생들도 '스승의 날' 부담스러워하고 불편해 한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 개선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