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학부모가 준 야생화 선물

입력 2018-05-15 14:58 수정 2018-05-15 16:36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뒤 두 번째 스승의 날인 15일 일선 학교에서는 선물을 주고받지 않고도 웃고 즐길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는 등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전교생 28명의 산골 학교인 충북 괴산군 송면중학교의 교직원 10여명은 이날 학부모들로부터 카네이션 대신 들판에 핀 야생화를 꺾어 만든 꽃다발을 선물로 받았다.

이 학교 김상열 교장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최근 어려워진 사회 분위기 때문에 어떻게 감사한 마음을 전달할까 고민하던 학부모들이 야생화로 꽃다발을 만들어 아침 일찍 가지고 오셨다”고 소개했다.

김 교장은 “비용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지만 받은 저희 교직원들은 수백만 원짜리 명품보다 더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열심히 성심을 다해 우리 아이들을 키우겠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2013년부터 매년 스승의 날에 들판에 핀 야생화를 교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제천 세명고등학교 학생회는 지난달부터 교사 이름에 특징과 성격, 가치관을 담은 타이포셔너리( 문자도)를 제작해 전달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충북지부)는 이날 “가르침이 자랑스럽고 존중받는 사회를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충북지부는 “이 땅의 모든 교사를 격려하고 그들의 노력을 존중하는 날이지만 오히려 더욱 허전해지고 서글퍼지는 것은 몇몇 교사들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라며 “교육 현실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가르침의 현장에서 교사들은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지부는 “국가는 교사들을 경쟁시키지 않으면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듯해 자괴감에 빠져든다”며 “교육을 성과의 대상으로 등급화하고 서열화하는 시스템은 교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그들의 자존감과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괴산=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