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은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악성 범죄”라며 "수사기관들이 조금 더 중대한 위법으로 다루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서면을 통해 전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몰카범죄, 데이트폭력 등의 범죄에 대해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조금 느슨하고, 단속하더라도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일상화되다시피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옛날에는 살인, 강도, 밀수나 방화 같은 강력범죄가 있었다면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는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몰카범죄 등도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있을 수 있는 범죄로 보거나, 관념이 약했기 때문에 처벌의 강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미국 등을 보면 가정폭력을 신고하면 곧바로 접근금지하고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한 뒤, 사실이 확인되면 엄하게 처벌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성차별적 사회를 바꿔나간다”며 “우리도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사건을 다루는 관점이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홍대 모델 몰카 사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홍대 미대 수업에서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찍어 유포한 혐의로 20대 여성 모델이 최근 구속됐다. 이후 ‘경찰의 수사가 이중적’이라며 여성이 피해자인 몰카 범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음 카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회원들은 오는 19일 오후 3시쯤 서울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연다고 예고했다. 이들이 모인 카페는 지난 10일 개설돼 4일 만에 회원수 2만명을 넘어섰다. 경찰이 ‘남성’ 몰카 피해자 수사에만 이례적인 수사 속도를 보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청원 사흘 만에 28만명이 동의하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사건이 커지자, 경찰은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으로 불거진 ‘성차별적 수사’ 논란에 “모든 수사는 신속하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의자 성별이나 사안 성격 등에 따라 수사 차별이나 불공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피의자 성별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빨리하거나, 공정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특히 여성과 관련된 수사나 성범죄는 경찰이 각별히 신경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몰카나 데이트폭력을 악성범죄로 언급하면서 경찰 차원에서 관련 대응 방안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몰카 범죄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몰카 범죄와 관련해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처벌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달 29일에도 “여성의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하라”며 관계부처에 몰카 범죄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청와대는 최근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펴낸 자료집에서도 “법과 원칙에 따라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별을 통해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인식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