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얘기지만 결국은 인식과 교육의 문제예요.”
장화정(사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에 국민일보와 함께 판결문 분석 작업을 하면서 여러 번 놀랐다고 했다. ‘훈육’ ‘양육’ 등의 표현이 계속 등장하는 데다 재판부도 이런 동기를 정상참작 사유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한 우발적인 행위였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장 관장은 “준비되지 않은 채로 부모가 되고 교사가 돼서 계획 없이 양육하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장 관장은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디서부터 학대인지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도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면 ‘당신들이 뭔데 애들 가르치는 데 간섭하느냐’는 반응부터 나온다”며 “어떤 행동이 학대에 해당하는지, 학대를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라고 했다. 양육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성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장 관장은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교육을 받으면서도 ‘내가 알아서 가르치면 되는데 왜 교육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며 “이런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장 관장은 기존의 양육 철학을 완전히 뒤집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예전부터 통용돼 왔던 ‘권선징악’ 류의 양육 철학은 이제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말을 잘 듣고 착하게 지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르치는 양육법이 결국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자연스레 아이를 자신의 틀에서 판단하고 그 틀에 맞지 않으면 징벌을 내리는데, 그 과정에서 훈육과 학대 간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관장은 “물론 아이가 거짓말을 하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의 도덕적인 잘못을 했을 때 체벌을 동원해서라도 빨리 개선시키려는 마음이 들 수 있다”면서도 “이런 방식은 결과도 좋지 않을 뿐더러 아이를 독립적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보다는 시간을 들여 차분히 대화를 나누고 그런 행동을 한 원인이 뭔지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육 현장의 인식만 바뀌어서 될 문제도 아니다. 장 관장은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다른 범죄 유형에 비하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봤다. 그는 “유독 아동학대의 경우 사건마다 재판부의 양형이 들쑥날쑥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동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