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개막을 한 달 앞두고 공개된 축구대표팀 예비 명단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와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이다. 두 선수 모두 의외의 발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의 온도차는 있다. 이승우의 차출을 놓고서는 ‘과감했다’는 상대적 호평이 나오는 반면, 이청용은 ‘석연치 않은 기준이 적용됐다’는 냉소적 시각을 받고 있다.
명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표팀 예비 명단 28명에서 최종 명단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23명이다. 러시아 입성을 열흘여 앞둔 다음달 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사전 베이스캠프에서 최종 명단이 확정된다. 여기서 5명이 탈락한다. 누구든 탈락자에 들어갈 수 있다.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이청용도, 막 스무 살이 돼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이승우 모두 예외가 될 수 없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승우와 이청용을 말했다.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8명의 대표팀 예비 명단을 발표하면서다. 신 감독은 “스웨덴(조별리그 1차전 상대)을 분석하면서 이승우를 떠올렸다”고 했고, 이청용에 대해서는 “두 번의 월드컵 경험”을 높게 샀다.
◇신태용 감독 질의응답 중 이승우 부분 문답
-이승우를 처음으로 발탁했다.
“20세 이하 월드컵 때 함께 생활했다.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이 선수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이탈리아로 이적해 적응부터 해야 한다고 봤다. 출전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지만 많이 성장했다. (지난 6일 AC밀란을 상대로 세리에A) 첫 골을 넣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뽑았다. 이승우에겐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드는 민첩한 동작이 있다. 월드컵에 가면 문전에서 많은 반칙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 신체 조건이 좋아 작은 선수가 민첩하게 움직이면 교란할 수 있다.”
-이승우를 언제 발탁하겠다고 생각했는가.
“베로나에서 꾸준히 관찰했다. 스웨덴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 선수(이승우)를 요긴하게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스웨덴을 분석하면서 생각났다.”
-이승우와 문선민의 활용도가 겹치는 느낌도 든다.
(이 질문에 앞서 신 감독은 스웨덴 프로축구를 5~6년 경험한 문선민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 적합한 선수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플랜A(주력 전술)는 4-4-2다. 하지만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4-4-2 포메이션에서 뽑혔을 때 (이승우와 문선민의 포지션이) 겹칠 수도 있지만 포메이션을 바구면 활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플랜A가 플랜B로 내려갈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 질의응답 중 이청용 부분 문답
-이청용의 차출 배경은 어떻게 되는가.
“현재 명단에서 5명은 탈락해야 한다. 결정된 것은 없다. 6월 3일 출국할 때 23명의 명단이 발표된다. 이청용도 100% (러시아로) 간다고 보장할 수 없다.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진 부분을 팀 동료들과 소화하면서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이청용에게 탈락자 5명 포함돼도 감수하겠느냐고 말했는가.
“그런 언질은 하지 않았다. 북아일랜드와 친선경기 때 이청용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끈은 놓지 말라. 항상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해 달라고 했다. 크리스탈 팰리스 감독과 30분가량 전화통화를 했다.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 ’이청용이 좀 더 뛸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은 ’우리 상황이 좋지 않아 출전시키지 못해 미안하다. (이청용의) 몸은 좋으니 대표팀에 발탁해도 좋다‘고 했다.”
-출전 횟수가 적은 선수에게 기회를 줬다는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청용을 끝까지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을 경험했다. 내가 갖고 있는 포메이션에서 이 선수가 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털 팰리스의 넘버 1·2와 포지션이 겹쳐 출전 기회가 없었다. 많은 팬들이 잘 알겠지만 이청용은 상당히 메리트가 있다. 두 번의 월드컵 경험도 있고 개인 기술이 상당하다. 그런 것들을 놓칠 수 없다. 100% 간다는 보장은 없다. 추구하는 축구를 하고 희생하면 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동행할 수 없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