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장모님 생신 선물로 5천원 드렸습니다”… 그 뒷얘기

입력 2018-05-14 14:38 수정 2018-05-14 15:06

‘판춘문예’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온라인커뮤니티 네이트판에서 한 가장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판은 결혼과 연예 고민, 직장내 문제나 친구와 갈등 등 일상의 이야기와 함께 피해를 고발하는 공론장의 성격을 갖고 있는 개방형 게시판입니다. 커뮤니티 특성상 여성 사용자들의 비율이 높은 편이고 이슈 또한 여성 관련 사연이 주를 이룹니다.

이러한 ‘네이트판’에서 40대 가장의 글이 보름 넘게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장모님 생신 선물로 5천원을 드렸습니다”라는 제목의 사연인데요. 네티즌들의 공분은 물론 동정을 동시에 불러 일으켰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결혼한 지 1년 6개월 남짓 됐다는 글쓴이 A씨는 장모 생일을 맞아 처가 식구들과 저녁을 먹던 중 난처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동서들이 장모에게 생일 선물로 돈을 건네는데, 그는 수중에 가진 돈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아내에게 따로 받은 돈도 없고 해서 지갑에 있는 5000원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식사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 졌고 아내와 처형의 핀잔이 이어졌습니다. 화가 난 A씨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습니다.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A씨는 한달 30만원 용돈을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루 1만원 꼴이지요. 그는 “친구 남편들은 용돈 모아서 이럴 때 쓴다”는 한 아내의 말 한마디에 더욱 울컥해 졌다며 “‘내가 왜 결혼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철없는 아내’를 탓하며 분노했는데요. 일부는 A씨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꾸며냈거나 허풍을 덧붙인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A씨는 다음날 후기를 전했습니다. 그는 “모든 게 거짓이었으면 좋겠다. 이 악몽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아내의 가출 사실을 알렸습니다.

네이트판 캡처

A씨는 다시 한번 후기를 통해 ‘결심’을 전했습니다. 아내와 처가의 금전 거래를 설명하며 통장 잔고가 거의 바닥났다고 한탄하면서요. 결국 돈 문제가 결부되면서 부부 사이는 봉합하기 어려울 정도로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생일 선물 5000원에서 비롯된 다툼이 1억8000만원으로 불어나며 이혼을 결심하게 한 겁니다. A씨는 재산분할은 처가에 보낸 돈으로 대신하고 양육비로 월 100만원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글은 커뮤니티와 SNS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습니다. 판에서만 44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11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예상하다시피 A씨 아내를 나무라는 댓글과 이혼하라는 조언 아닌 조언 일색입니다.

네이트판 게시글 중 ‘채선당 임신부 사건’이나 ‘240번 버스 기사’ 사례 등 일방 주장만 전해지면서 피해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장모 생일 선물 5000원’ 게시글도 아내 쪽 주장은 확인되지 않았는데요. 화가 난 A씨의 하소연과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는 내용 뿐입니다.

팍팍한 세상 살이 때문에 부부 사이에도 금전 문제가 얽히면 관계가 쉽게 틀어지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새벽별 보며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는 남편의 수고를 아내가 조금이라도 공감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또 아내가 친정과 금전 거래를 남편에게 알리고 서로 상의했더라도 남편이 이혼을 결심하지 않았을 테죠. 부부 사이의 공감과 소통 부재가 결혼생활을 파탄으로 몰아간 건 아닐까요?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