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참사 막은 ‘고의 교통사고’…경찰은 선처, 현대차는 수리비 지원

입력 2018-05-14 13:44
사진 = 연합뉴스 유튜브 페이지

고속도로에서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과 고의로 충돌해 대형 교통사고를 예방한 의인(義人)에 대해 경찰이 선처를 하기로 했다.

13일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따르면 12일 오전 11시30분쯤 제2서해안고속도로 하행선 조암IC 전방 3㎞ 지점에서 코란도 스포츠 승용차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코란도 승용차는 사고 이후에도 정지하지 않고 분리대를 계속 긁으며 약 200∼300m를 더 전진했다.

당시 코란도 운전자 A씨가 브레이크를 밟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곳을 지나던 다른 운전자들이 잇따라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현장을 지나던 한영탁씨는 코란도 운전자 A씨가 운전석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차량 속도를 높였다. 한씨는 자신의 투스카니 차량으로 코란도를 가로막았고, 투스카니와 추돌한 코란도 차량은 가까스로 위험한 주행을 멈췄다. 한씨는 코란도 승용차가 멈추자 차에서 내린 뒤 A씨를 구조해 그를 차 밖으로 옮겼다. 평소 지병을 앓다가 사고 전날 과로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다.

경찰은 14일 한영탁씨의 ‘고의 교통사고’를 내사 종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이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차량을 멈추기 위해 고의로 사고를 낸 경우”라면서 “일반적인 교통사고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 “사고를 낸 경위 등도 고려해 앞 차량 운전자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112에 사고신고가 접수될 경우 경미한 사고는 보험사끼리 보험금 지급 비율 등을 합의하고 경찰은 내사 종결한다. 이번 경우는 보험사끼리 합의 절차가 아직 남아 있지만, 실수로 일어난 사고가 아닌 구조를 하려고 일부러 낸 사고여서 형사 입건 대상이 아니다.

한씨는 “뒤쪽 범퍼가 약간 찌그러지고, 비상 깜빡이 등이 깨져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해둔 상황”이라면서 “설사 내 과실이 인정돼 보험금이 오르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내 차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한 일”이라면서 “13일 오전에 코란도 차량 운전자로부터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보험 전문가들은 한씨의 차량 피해는 도움을 받은 뒤차 코란도 운전자 측 보험사가 피해 보상을 해야한다고 분석했다.

한씨의 차량인 투스카니를 생산한 현대자동차 그룹은 13일 한씨의 행동이 알려진 뒤 차량 수리비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좋은 일을 하다가 차량이 파손된 사실을 알고 회사 차원에서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당사자와 연락해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