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북핵 美로 가져오면…” 폼페이오 “北에 막대한 투자”

입력 2018-05-14 08:07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 미국 외교안보 라인의 두 핵심인물이 13일(현지시간) 나란히 방송에 출연해 북한 얘기를 했다. 각각 다른 방송에서 말했지만 두 사람의 발언은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된다.

볼턴 보좌관은 북핵 폐기 방법론을 언급했다.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의 핵·에너지 연구단지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농업 전력 기술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를 언급하며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경제지원 방향을 설명했다. 미국 민간기업의 막대한 대북 투자를 통해 북한을 한국만큼 번영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발언을 합치면 이런 문장이 된다. “리비아가 했듯이 북한 핵무기를 미국에 가져오면, 미국은 엄청난 대북 투자로 북한을 잘살게 만들겠다.”

◆ 볼턴 “북핵, 리비아처럼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북미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미국이 꺼내든 북핵 폐기 방법론은 ‘리비아식’이었다. 북한이 만들어놓은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핵무기가 옮겨질 곳으로는 테네시주 오크리지를 콕 집어 언급했다. 오크리지에는 핵과 원자력 연구단지가 있다. 리비아 핵 폐기 당시 리비아의 핵시설과 핵물질을 옮겨와 보관한 곳이기도 하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 미국으로 이송해야 하며 우라늄 농축과 풀루토늄 재처리 역량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PVID)를 거듭 강조하며 "(북한으로) 경제적 지원이 들어가기 전에 이 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비핵화 결정을 이행한다는 건 모든 핵무기를 처분하고 해체해 (미국) 테네시에 있는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로) 가져간다는 의미"라며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역량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도미사일 이슈도 다뤄야 한다. 북한은 매우 광범위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모든 장소를 밝히고 공개적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무기의 해체 작업에 미국이 직접 개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역할도 있겠지만 실제적 핵무기 해제는 미국이 다른 이들의 보조와 함께 맡을 거라고 생각한다. IAEA의 소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세부사항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돌파구를 마련할 기회를 봤기 때문에 매우 낙관적이지만 기대에 부풀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을 수개월간의 준비 없이 이처럼 매우 빠르게 열게 된 것의 이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평가하고 그의 약속이 진짜인지 살펴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경제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볼 때 우리는 가능한 한 빠르게 북한과의 무역과 투자를 개시할 수 있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핵무기는 북한을 더 안전하게, 번영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북한이 어떤 지에 대해 의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밤에 한반도를 찍은 유명한 사진을 한 번 보라. 사진에서 남쪽은 불이 켜져 있고 해안 지대의 선도 거의 따라 그릴 수 있다. 북측의 경우 (불빛이 없어) 북한과 황해를 구분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 폼페이오 “한국과 비견될 번영 여건, 北에 만들어줄 수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미국 민간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킨다면 미국 기업들의 지원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민간 부문 미국인들이 들어가서 에너지 설비 구축을 도울 것이다. 북한에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며 "인프라 개발과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그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농업의 역량이 북한을 지원할 것이다. 그들이 고기를 먹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투자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촉구해 왔다.

폼페이오는 비핵화에 따른 북한 체제보장 문제에 대해선 "우리가 안전 보장을 확실하게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어떤 대통령도 북한 지도부가 미국이 더 이상 북한 정권에 위험을 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든 적 없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아직 작업해야 할 세부사항이 많다"면서도 "김 위원장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점을, 대단하고 특별한,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라는 점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오는 23~25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일에 대해서는 "미국과 세계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BS뉴스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시) 민간 자본이 들어갈 것"이라며 "북한은 에너지 지원이, 주민들을 위한 전기가 몹시 필요하다. 농업 장비와 기술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주 초 내가 말했듯 우리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남한에 비견할 정도로 진짜 경제적 번영이 가능한 여건을 조성해 줄 수 있다"며 "왕성한 경제 조성을 위해 북한인들과 협력하는 건 미국의 납세자들이 아니라 미국의 노하우, 지식을 갖춘 기업인들, 모험가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박식하며 복잡한 토론에도 문제없이 임했다면서 "양국 간 성공적인 협상의 개요가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일지에 관해 나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왕성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