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재팬 패싱’에 “풍계리 외화벌이” 주장까지 편 日 언론

입력 2018-05-13 15:55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현장 취재에 일본을 제외한 채 해외 언론을 초청하자 일본 언론에서 불만 섞인 부정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재팬 패싱(일본 배제)’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 ‘재팬 패싱’에… 日 언론 ‘풍계리 폐쇄’ 폄하


극우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대해 “핵실험장은 갱도 입구가 막혀도 전체를 폭파하지 않는 한 간단히 복원할 수 있다”며 “핵실험장 행사는 해외를 겨냥한 퍼포먼스의 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북한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심지어 “외국 언론의 취재를 허용해 외화를 획득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까지 폄하했다.

지지통신은 일본 제외 배경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일본에 대화를 촉구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일본 언론이 제외된 것은 그동안 아베 총리 혼자서 압박 일변도로 나가는 등 평화로의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23~25일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현장에 한국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의 5개국 언론인을 초청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주변국 가운데 일본만 제외한 채 대신 유럽 국가 중 영국 기자들을 포함시켰다. 일본은 지난달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가장 많은 취재진을 파견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핵실험장 폐쇄 현장에는 접근할 수 없게 됐다.


◆ 北 “국제기자단 위해 특별전용열차 운행”


북한 외무성은 12일 "북부 핵시험장 폐기를 투명성 있게 보여주기 위하여 국내 언론기관은 물론 국제 기자단의 현지 취재활동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며 "핵시험장이 협소한 점을 고려해 국제 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 실행할 것이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외무성 발표는 그 후속조치를 구체화한 것이다. 다만 전문가 초청 여부는 이번 발표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외무성은 특히 핵실험장 폐쇄를 취재하는 국제 기자단의 편의를 보장하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원산을 연결하는 전용기가 운행할 수 있도록 영공 개방 등의 조처를 한다고 밝혔다. 또 원산에 특별히 준비된 숙소를 보장하고 기자센터를 설치해 이용토록 하며 원산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는 특별전용열차를 편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외무성은 "핵시험장이 인적이 드문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특별전용렬차에서 숙식하도록 하며 해당한 편의를 제공한다"면서 "국제기자단 성원들이 핵시험장 폐기 상황을 현지에서 취재 촬영한 다음 기자센터에서 통신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건을 보장하고 협조한다"고 밝혔다.


◆ 靑 “미래에도 핵 개발 않겠다는 의지 표현”

청와대는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 발표에 대해 “미래의 핵을 개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호평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북한의 핵 실험장 폐쇄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두 나라 지도자 사이에 믿음이 두터워지리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이 중국 등 5개 국가의 언론인을 초청한 것은 핵 실험장 폐기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의미도 있다.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북한의 조치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핵을 더 소형화하고 성능을 고도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려면 추가 핵실험이 필요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런 실험을 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낙진이 퍼지지 않도록 비키니 섬 등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장소에서 핵실험을 한다”며 “북한은 땅이 좁아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아주 적다. 풍계리는 암반층이 단단하고, 근처에 도시가 없어서 거의 유일한 북한의 핵실험 가능 장소”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핵 실험장 폐쇄 발표 전 우리 정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