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놓고 치열한 동북아 외교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체제 이후 한미동맹의 미래를 토론하는 국제학술회의가 국회에서 오는 24일 오후 1시30분 국회에서 개최된다.
국내 최대 관련 학술단체인 한국국제정치학회와 한국정치외교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이 자리에는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공동 주최 자격으로 축사를 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22일 예정되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복기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과제도 집중 토론한다.
이번 학술회의는 1882년 인천에서의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이후 현재까지의 한미관계사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번 워싱톤 한미정상회담 예정일인 5월 22일은 1882년 조미수호조약 체결 기념일이기도 하다. 김명섭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김석우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환영사를 통해 회의 취지를 소개한다.
이어 우철구 전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의 사회로 진행되는 1세션에서 인하대 김정호 교수는 ‘한미관계의 출발점, 조미수호통상조약의 재고찰’이라는 주제로 발표한다.
국방대 김영준 교수는 청년기 이승만의 한미관계 구상을 보여주는 사료를 이날 공개한다. 라종일 전 주영대사(현 국방대 석좌교수)의 사회로 인하대 남창희 교수는 한미동맹의 민중적 기원으로서 전북 정읍 항일세력을 소개할 예정이다.
마지막 발표자인 국방대 이병구 교수는 ‘한미동맹의 과제와 미래비전’이라는 제목으로 북미회담 이후 점화될 주한미군 지위 논쟁에 대한 아젠다를 정리한다. 이용욱 고려대 교수와 방송대 강상규 교수 외에 미국 콜럼비아 대학의 찰스 암스트롱교수와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제임스 퍼슨 교수가 한미동맹의 역사에 대해 토론한다.
한미동맹은 지금까지 친미성향의 이승만 대통령의 독단에 의해 체결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학계의 통설과 달리 인하대 남창희 교수는 “전북 지역 항일세력은 1910년대부터 이미 미국이 일본과 전쟁을 시작하면 해방된다고 믿었다”며 “미국의 힘을 이용하여 일제를 축출하겠다는 보천교 세력의 선견지명은 역사적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경석의 한미동맹론은 구한말 유학자 김일부 정역(正易)의 간태합덕(艮兌合德) 이론에서 나온 것인데 8괘의 간방(艮方) 한국과 태방(兌方)의 미국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협력하는 지정학적 구심력을 말한다는 것이다.
1920년 전후 한때 최대 600만 명까지 회원수가 급증한 보천교 세력은 만주 독립군과 상해 임시정부 재정지원의 중심이었다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나아가 1919년 3·1 만세운동도 겉으로는 기독교와 천도교가 주도했지만 이면에서는 1911년 이후 보천교가 유포한 민족적 자긍심이 주 에너지원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읍 향토사학자들에 의하면 동학혁명 핵심 지도자의 장남인 차경석은 조선 민중의 구심점이 되면서 조선총독부에게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유성엽 의원은 “전북지역 농민들이 동학혁명 실패의 좌절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후천 이상세계를 꿈꾸며 민족독립의 열망을 불태운 역사가 일제의 왜곡된 선전으로 지금까지 묻혀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라시대 진표율사의 모악산 금산사부터 대일항쟁기 보천교 운동까지 전북 지역은 우리 민족의 미륵제민(彌勒濟民) 사상의 중심지였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유의원은 “인류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는 역사 관광자원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역설하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