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여기 휴대폰…” 시각장애인 부부가 준 선물

입력 2018-05-13 11:00
게티이미지뱅크


길에 떨어진 휴대전화를 주웠다고 칩시다.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부탁에 기다렸는데 주인이 30분이 넘게 나타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위에 든 예와 같은 일을 경험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가 벤치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조금만”이라던 시간은 자꾸 지나갔고요. 짜증 났지만 그는 주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주인을 만나자마자 되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찾아줘서 고맙다며 연신 건넨 답례금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은 것이 계속 마음이 쓰였다고 고백했습니다. 헐레벌떡 찾아온 휴대전화 주인은 다름 아닌 시각장애인 부부였기 때문이죠.

땀을 뻘뻘 흘리며 길을 찾아온 시각 장애인 부부는 “시간 뺏어서 죄송하다”면서 지갑에서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냈습니다. “커피라도 드시라”면서 돈을 쥐여줬는데 그는 주시는 손이 부끄러울까 두세 번 거절한 뒤 그 돈을 받았습니다.


그는 “20분쯤 지난 후부터 ‘급한 인간이 찾아와야지. 왜 나더러 여기서 기다려 달라’는 거냐며 마음속으로 욕을 했다”면서 “(나중에 사실을 알고)진짜 죄송해서 마음이 영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담을 9일 야구 커뮤니티 MLB파크에 올렸습니다. “글쓴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다” “좋은 일 하셨다”는 댓글이 150개 넘게 달렸습니다. 글쓴이도 “댓글 하나하나 곱씹으며 읽고 있자니 행복해진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일에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니 앞으론 좀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글은 캡처돼 여러 커뮤니티로 퍼졌습니다. 그곳에서 반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은 참 살만 한 세상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